Monday 3 November 2025
ohmynews - 3 days ago
그 오세훈 맞아요? 선배님 편지에 깜짝 놀랐습니다
자연을 보호하고 자연공원을 만들어 놓고도 그 안에 이런 시설(핵발전소, 골프장, 스키장 등) 수만 평씩을 만들도록 해 주려는 정신 나간 나랏님들이 아직도 있다는 것을. 정치 뒷돈 마련 위해 이런 사업들을 이권사업으로 만들어 키워주고 허물 덮기에 급급해 왔던 모리배들이 우리와 한 하늘 아래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아직도 우리 국토를 황금 거위로 믿나보다. 마술상자라 믿나 보다. 오늘 이만큼 파먹어도 내일 또 그만큼의 생명을 갖고 다시 태어나 우리에게 봉사할 줄로 아는가 보다. 겁 없이 잘라내고 파헤치고 더럽혀도 그들이 용서해 줄 걸로 믿나보다. 수만 년 후 자손들의 몫을 차용증도 쓰지 않고 빌려다 쓰면서 그들이 우리를 거부하지 않을 걸로 아는가 보다.
1995년 8월 20일 작성된 편지의 한 대목입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는 행태를 황금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음 에 비유하고, 신념을 위해 헌신하는 환경 운동가들의 순수함과 열정을 지지하더군요. 오래된 이 편지의 작성자를 보고 여러 선배님을 찾아가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오세훈이 그 오세훈 맞아요?
제가 찾아보니,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환경운동연합에서 여러 직책을 맡으며 환경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더라고요. 2006년 서울시장 당선 후 공동인수위원장으로 최열 환경재단 대표를 영입해 보수단체의 반발을 얻기도 하셨고요. 물론 1993년생인 저는 세빛둥둥섬 이나 오세이돈 의 기억이 더 강렬하지만, 이제부터는 후배 환경운동가로서 당신을 선배님 으로 불러볼까 합니다.
난개발 중심에 선 선배님
30년이 흐른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맞서 싸워야 할 난개발의 중심에는 바로 30년 전 개발 만능주의를 통렬히 비판하며 우리를 지지했던 선배님이 계십니다. 오세훈이 오세훈 했다 는 한강버스, 생태계의 허파인 노들섬을 뒤흔드는 국제예술섬, 강 위에 호텔을 놓고, 1조가 드는 서울링까지. 말하자면 밤을 새도 모자랄 듯합니다.
서울환경연합이 적자, 졸속 추진, 생태계 파괴, 수상 안전 위협 등을 이유로 한강버스 재검토를 촉구하자, 2023년 11월 선배님은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강조해 왔던 서울환경연합이 한강버스를 적자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자승자박 이라며 페이스북을 통해 반박하셨죠.
꼭 2년이 지나 운항 연기와 고장, 중단을 거듭하던 한강버스가 연이어 공격받자 교통이라는 게 꼭 빨라야 되나요? 라고 말하는 선배님의 모습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선배님이 경고했던 황금 거위 의 배를 가르는 정신 나간 나랏님 이자 이권사업을 키우고 허물덮기에 급급한 모리배 의 모습이 떠올라서요.
얼마 전, 첫 삽을 뜬 노들 글로벌 예술섬 사업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설계안이 아닌 그림만 보고 37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비정형 구조로 유지보수에 막대한 관리비가 드는 시설 조성 사업을 시장 개인의 취향만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지적한 분도 계셨고요. 선배님의 문화정책을 대형 시설 건립에 과도한 자원을 쏟아붓는 랜드마크 집착 , 관광 수익에 매몰된 도시 마케팅 수단화, 시민의 일상적 생활 문화 권리 배제라고 요약한 분도 계셨습니다.
저는 연간 150만 명이 찾는 현재 노들섬의 가치는 화려한 건축물이 아닌, 시민이 자유롭게 머물고 예술가가 실험하는 비어있음 과 열려있음 그 자체 라는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정치인과 사업가는 비어있는 도시 공간에 꼭 뭘 더 채우려고 하더군요. 수많은 생명이 깃들고, 시민들이 휴식을 찾고 위로받는 모습은 보지 못한 채 방치되었다 는 표현으로 폄하해버리죠.
선배님을 초대합니다
이 편지를 다시 띄우는 것을 두고, 활동가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있었습니다. 요즘 세대는 오세훈이 환경운동연합 출신이라는 것을 모를 텐데, 괜히 리스크를 만드는 것 아니냐 는 의견도 있었죠.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쩌겠습니까. 랜드마크 광인 선배님이 더 이상 겁없이 잘라내고 파헤치고 더럽 히지 못하도록, 더 열심히 알리고, 조직하고, 활동할 수밖에요.
전체 내용보기
Hashtags:
놀랐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