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21 Nov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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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 15 days ago

전남 제일의 오일장, 바로 여기 순천에서 열립니다

산악 지형이 국토의 70%가 넘는 나라에서 자전거여행하기 좋은 편평한 도시를 만나면 무척 반갑다. 평탄하고 순한 하천이 흐르는 전남 순천도 그런 도시 가운데 하나다.

도심 한가운데를 흘러가는 동천 주변으로 철도마을, 맛집 많은 전통시장, 도심 속 숲섬 죽도봉, 순천국가정원과 순천만 습지가 이어진다. 더 멀리로는 화포해변과 죽전마을까지 자전거도로가 깔려있는데 놀랍게도 흔한 오르막길 하나 없다.

그래선지 순천시엔 기차역, 버스터미널, 순천만습지 등 주요 관광지마다 무인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마련돼 있다. 역이나 터미널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아무 관광지에서 반납할 수 있어 좋다. 하루 이용료는 무려 천원이다.

* 주요 자전거여행길 : 순천역 - 철도문화마을 - 죽도봉 - 아랫장 - 순천동천 - 교량마을 -순천문학관 - 순천만습지 (왕복 약 25km)

기적소리 들려오는 동네, 조곡동 철도문화마을
순천역 바로 옆엔 철도문화마을이라 불리는 이채로운 동네가 있다. 예전엔 관사마을이라 불렸는데, 일제 강점기인 1936년 당시 순천철도사무소 종사자들을 위한 일본식 관사 152세대를 지었던 곳이다.

단순히 주택만 건축한 것이 아니라 운동장, 진료소, 구락부(철도회관), 목욕탕, 수영장 등의 복지시설이 함께 조성되었다. 순천 근대기 최초의 계획도시였던 셈이다. 철도의 역사를 품은 보기 드문 마을로 곳곳에 철도 관사로 사용되었던 주택을 볼 수 있다.
마을 입구에 안내자 역할을 하는 기적소리 게스트하우스와 카페가 있다. 모두 관사를 사용하던 건물을 복원해 만든 곳으로 순천시와 철도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곳이다. 기적소리 카페는 작은 음악회, 전시, 문화강좌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이면서 마을을 찾아온 손님들을 안내하는 방문객 안내공간이기도 하다.

순천 자전거여행을 하다 해가 저물면 귀가하는 기분으로 기적소리 게스트하우스나 기적소리 카페로 돌아와 이틀간 숙박을 하며 지냈다. 기적소리 카페도 편안하게 쉬기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곳은 방 호수 대신 기차역명이 걸려있는 게스트하우스 침대 안이었다.

늦은 밤 사위가 고요해지면 가까운 순천역을 지나는 기차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왜인지 아련한 향수에 빠지게 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철도문화마을엔 다다미방 등 옛 관사의 모습이 남아있는 기적소리 펜션도 있어 이채로운 숙박경험을 할 수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숲 상을 받은 죽도봉
철도마을엔 산책삼아 가기 좋은 죽도봉 숲이 있어 더욱 좋다. 정상까지 차도가 완만하게 이어져 있어 자전거타고 갈 수 있다. 2012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에서 상을 받으며 전국 아름다운 숲 10선에 선정된 곳이라 그런지 숲이 울창하고 상쾌했다.

죽도(竹島, 대나무섬)라는 이름답게 순천 시내에서 섬처럼 돋보이는 공원이다. 터널처럼 우거진 동백나무 숲은 노란 꽃술에 빨간 꽃잎이 인상적인 동백꽃이 피어나고 통째로 땅에 떨어지는 봄에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울창했다.

해발 80m 꼭대기 팔각정에 오르면 순천시내와 순천만으로 흘러가는 동천이 한 눈에 펼쳐진다. 팔각정 아래 작은 카페가 있어 여유롭게 쉬어가기 좋다. 야경을 즐길 수 있도록 예쁜 조명을 달아놓아 밤에도 산책을 할 수 있고, 적합 판정을 받은 약수터와 인근 봉화산까지 둘레길이 이어져 있어 순천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만했다.

전남 제일의 오일장이 열리는 아랫장
다른 도시처럼 대형마트와 편의점들이 시내 곳곳에 들어섰지만 역전시장·아랫장·웃장 등 전통시장들이 북적이고 있는 도시가 순천이다.

점심밥도 먹을 겸 동천변에 자리한 아랫장(순천시 풍덕동)에 들렀다. 오일장날(매 2일과 7일)에 들르면 도로변 길가와 골목에 노점이 들어서는 큰 장터를 만날 수 있다. 웃장은 매 4일과 9일에 닷새장터가 열린다.

금요일, 토요일엔 야시장도 열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아랫장엔 먹거리 살거리 구경거리가 가득하다. 남도 각 가정의 풍요로운 밥상과 남도 식당들의 인심은 이 풍성한 장터에서 나오지 싶다.
점심으로 무얼 먹을까 두리번거리며 시장통 안으로 들어갔다. 시장통 양편에서 들려오는 주민들과 상인들의 질펀한 대화소리에 남도에 왔구나 실감이 들면서 배실배실 웃음이 났다.

워메, 그러니까. 내 말이 그런당께
아따메 징허요. 참말로 지랄맞당께

시장통 안엔 짜장,면 탕수육 등을 먹을 수 있는 중국집도 있는데, 가격이 눈길을 끌었다. 내가 좋아하는 홍합이 가득 들어있는 짬뽕과 짬뽕밥이 단돈 4천 원. 가격도 놀랍지만, 식사 시간이면 부러 이곳까지 들르고 싶을 정도로 맛있다. 아랫장엔 이 정도 가격으로 엄지만한 칠게튀김, 노랗게 달걀을 입힌 명태전 등 특별한 먹거리도 맛볼 수 있다.

소설 lt;무진기행 gt;의 배경, 순천 동천하구
순천엔 도시의 분위기처럼 유순하게 흘러가는 하천 동천(東川) 이 있다. 사람의 눈높이와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로 발치 가까이에서 물이 흐르고 있어 정답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물줄기다. 가장 큰 매력은 하류로 흐르면서 순천만 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동천엔 유명 관광지가 된 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외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 있다.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는 합수부에서 시작돼 순천만까지 4km에 걸쳐 형성된 동천하구다. 2016년 람사르 습지로 선정된 곳으로 질펀하게 펼쳐지는 하구의 물길과 갈대밭 위로 텃새와 철새들이 날아다닌다.
겨울철엔 먹이를 찾아 날아온 귀한 새 흑두루미 도 볼 수 있단다. 갈대가 내는 소슬한 바람소리, 갈대 숲속에서 먹이를 찾는 오리와 까맣고 귀여운 물닭들을 바라보며 길게 이어진 갈대 숲길을 달려갔다. 안내판을 보니 갈대숲엔 비슷하게 생긴 형제 뻘인 물억새, 달뿌리풀, 모새달 등이 같이 살아가고 있단다.

동천하구는 1960년대 한국 문단에 혜성같이 나타난 23살의 작가 김승옥의 단편소설 lt;무진기행 gt;의 무대이기도 하다. 무진(안개霧, 나루津) 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안개가 자욱한 듯 몽롱한 느낌을 주고, 작품이 의도하는 일탈과 도피의 무대로 더없이 어울려 보인다. 작품에 나오는 안개나루는 지금의 동천하구의 끝에 있는 대대포구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 lt;무진기행 gt; 가운데
동천하구 갈대숲 길가엔 그의 삶과 작품을 기리는 순천문학관(순천시 무진길 130)이 자리하고 있어 들르게 된다. 동천하구 갈대숲길가엔 스카이 큐브 라고 하는 특별한 이동수단이 오간다. 순천만 국가정원과 순천문학관 사이 약 5km을 수시로 운행하는 무인궤도차다(왕복 8천원).

순천문학관에 갈 때 이것을 타고 가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할 것 같다.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동천하구의 질펀한 풍경과 춤추는 갈대 위를 지나는 창밖 풍경이 좋다. 순천문학관역에 내리면 갈대 숲길을 따라 순천만습지가 이어진다.

정답고 예쁜 정원마을, 순천 교량마을
동천하구는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이다 보니 이사천과 만나는 합수부에 습지 관리소가 있고, 아저씨 한 분이 화재방지와 오염감시 등을 위해 습지를 순찰하고 계셨다. 동네 통장이기도 한 아저씨 덕분에 갈대밭가의 예쁜 동네 교량마을(순천시 교량2길 17-8)을 알게 됐다. 이사천 둑길을 따라 자전거로 5분 거리에 있었다.

교량마을은 순천만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에 자리한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마을 보호수인 장대한 팽나무가 너른 품으로 안아줄 듯 여행자를 반겼다. 붉은발 말똥게가 산다는 천변에 자라는 갈대 군락이 마치 작은 순천만을 연상시켰다.

매년 11월 초에 오픈 가든 페스티벌 이 열리는 마을로 축제 이름에서 보듯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다. 오래전부터 집집마다 마당에 예쁜 정원을 가꾸고 있었는데 이렇게 마을축제까지 이어지게 됐단다. 순천시의 주민과 함께 가꾸어 나가는 희망의 순천만 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야생화정원, 텃밭정원, 흙내음정원... 집집마다 특색 있게 가꾼 정원이 여행자의 얼굴을 환하게 해준다. 대문이 열려 있는 어느 집 안마당에서 한 할머니가 갓김치를 담고 있었다. 스무 살에 시집와 살면서 취미삼아 정원을 가꿨단다.

문득 책에서 접했던 타샤 튜더(1915~2008)라는 할머니가 떠올랐다. 동화작가이자 평생을 30만 평이나 되는 정원을 일구고 꾸미며 살아간 분이다. 교량마을엔 여러 명의 타샤 튜더가 살고 있다.

마당에 있는 항아리, 감나무 등과 자연스레 어울린 모습이 좋다. 일본의 정원이 상징과 미니멀리즘(최소주의)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면, 한국의 정원은 이런 인간미와 조화로움 자연미가 좋다. 마을엔 갈대밭 사랑채 등 정다운 민박집도 여러 채 있어 갈대가 들려주는 소슬한 바람소리를 감상하며 여유롭게 묵어갈 수 있다. (숙박문의 : 061-723-6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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