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7 Nov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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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 9 days ago

자회사 전환 노동자 10명 중 9명 우린 이름만 정규직


최소한의 처우 개선도 전제하지 않고 정규직 이란 이름만 달아줄 테니 그걸로 만족하라는 건가. (김종훈 민중당 의원)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에서 시작된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가 민간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정규직 전환 노동자들은 큰 변화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사가 아닌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기존 정규직에 비해 임금, 복리후생 등에서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민간기업 정규직 전환 모범 사례 로 꼽히는 SK브로드밴드 정규직 전환 노동자들 가운데 자신을 정규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단 10%에 그쳤다. 열 명 가운데 아홉 명은 자신이 정규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임금·복리후생 등 차별받으면 정규직이라고 인식 못해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전·통신서비스 노동자 노동권 보호를 위한 증언대회 에서 SK브로드밴드 자회사인 홈앤서비스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 8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회사 전환 이후 만족도 조사 결과를 일부 공개했다.

지난해 7월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된 뒤 자신을 정규직 으로 인식하는 노동자는 단 10.3%에 그쳤고 나머지 88.9%는 부정적으로 답했다. 자신이 정규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본사) 직접 고용이 아니다 라는 응답이 56.4%로 가장 많았고, 임금 및 복리 후생 기대수준 미달 (25.0%), 임금체계 불안정 (13.7%) 등이 뒤를 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자회사가 아닌 본사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한 딜라이브의 경우 자신을 정규직으로 인식하는 노동자 비율이 60% 정도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여전히 40% 정도는 이를 부정했다.

이에 이정희 연구원은 기존 정규직 개념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법적 기준으로 보면 정규직은 고용계약기간을 정하지 않고, 주로 풀타임 노동을 하며, 주로 단일한 사용자와 관계를 맺는 것 이라면서도 딜라이브의 경우 이 3가지 기준을 다 충족하는데도 자신을 정규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60% 밖에 안 되는 것은, 실질적인 고용 안정성, 기대했던 임금 수준의 충족 여부,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임금, 복리후생 등 차별 여부가 자신이 정규직 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 이라고 밝혔다.

실제 홈앤서비스 노동자 설문조사 결과 노동시간, 근무일수 등 근무 여건은 정규직 전환 이전에 비해 일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월 평균 임금은 오히려 평균 33만 원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전환 전후 월 평균 271만1천 원에서 237만7천 원으로 12% 가량 줄어든 것이다. 이는 자회사 정규직 전환 이후 임금 체계 개편에 따른 것으로, 현재 SK브로드밴드 노사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또 정규직 전환 이후 원청인 SK브로드밴드 관리자에게 업무 지시를 받는다는 응답이 35.6%로, 전환 이전(40.0%)보다 소폭 줄긴 했지만 여전히 비중이 높아, 협력업체 근무 때와 큰 변화를 못 느끼고 있었다.

만족도 조사에서도 임금 수준 에 불만이란 응답이 80.4%로 가장 높았고, 만족한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 이밖에 복지후생과 인사관리에 대한 불만도 각각 60%를 넘었고 만족한다는 응답은 각각 5.6%, 3.6%에 그쳤다. 다만 고용 안정이나 노동시간, 노동 강도 만족도는 보통 이란 응답이 많았다.

전반적인 근무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정규직 전환 전후 9시간 32분에서 8시간 48분으로 50분 가량 줄었고, 근무 중 식사시간과 휴게시간은 각각 6.4분, 3.3분 늘었다. 1주 평균 노동시간은 55.8시간에서 48.8시간으로 7시간 가량 줄면서, 한 달 평균 휴무일수도 3.9일에서 5일로 하루 정도 늘어났다.

이정희 연구원은 자회사 전환 이후 노동자들은 대체로 고용안정성 확보, 원청 기업으로의 소속감 확보, 노동시간 단축, 휴식 휴일 확대, 시간당 임금 인상, 휴가·휴직에 대한 권리확보 증대 등과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면서도 이는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실시 등 법제도, 정책적 변화도 맞물려 있어 기업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효과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고 선을 그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해 파리바게뜨, 딜라이브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민간 부문의 비정규직 전환 사례 분석을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 모델 발굴 연구 과제 결과를 올해 말 발간할 예정이다.

자회사 전환 과정에서 기술직 차별... 절반만 자회사 전환 꼼수도

그동안 가전·통신서비스 업체들은 설치·수리 인력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맡겨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파악한 전국 가전·통신서비스 설치·수리직 인원은 2017년 현재 약 19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원·하청 구조에 따른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 조건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이 쌓여 노사 갈등이 계속되고, 정부의 불법파견 판정,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커지면서 협력업체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IPTV업체인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7월 하청업체 직원 5200여 명을 자회사 홈앤서비스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케이블TV업체인 딜라이브도 지난해 협력업체 직원 270여 명을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올해 들어서도 KT와 LG유플러스 등이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을 선언했고, 삼성전자서비스도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 고용에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대부분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에 그치면서,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정규직 전환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날 김종훈 민중당 의원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준)이 주최한 증언대회에 참석한 SK매직서비스, 청호나이스, LG유플러스 등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들도 직접 고용 투쟁 과정에서 맞닥뜨린 경험을 털어놨다.

제유곤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장은 노조의 직접 고용 요구 4년 만에 회사가 지난 9월 자회사 전환 선언을 했지만, 전체 홈서비스 센터 직원 2600명 가운데 절반인 1300명만 자회사로 전환하고 나머지 절반은 하청구조를 유지하겠다는 것 이라면서 근본 원인인 간접고용 구조를 유지한 채 노조의 투쟁과 사회적 지탄을 피해가려는 면피성 처방 이라고 지적했다.

정수기·공기청정기 업체인 청호나이스도 특수고용직 신분인 설치·수리직을 나이스엔지니어링이란 자회사를 만들어 전환시켰지만 기술직(엔지니어)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도천 청호나이스노동조합 위원장은 청호나이스는 수년 이상 근무한 엔지니어들은 자회사 신입사원으로 입사시킨 뒤 3개월, 6개월, 1년 뒤 정직원으로 전환시켜준다고 시용계약 하는 반면, 관리직 직원들은 시용기간 없이 기존 경력, 직급, 호봉을 인정하고 있다 면서 엔지니어들을 제2의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있다 고 주장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설치수리노동자들은 먹이사슬의 맨 밑바닥에서 장시간 노동, 낮은 수수료, 고용 불안, 판매 강요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면서 최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자회사 전환 등으로 차별은 지속되고 있으며, 한편에서 방문 판매 및 사후서비스를 맡는 MS 엔지니어, 재택 엔지니어 등 새로운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고 지적했다. 이에 청호나이스노조, SK매직서비스노조 등은 생활가전 업계를 중심으로 산별 노조인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준)를 만들어 연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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