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7 Nov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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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 9 days ago

내가 직접 내린 막걸리... 와 이게 진짜다


지난 1일 오후 7시 부여군 청년학교 에서 전통주 빚기 수업을 들었다. 부여군상권 활성화재단 2층 교육장에서 진행된 수업의 주제는 막걸리에 담아내는 전통의 맛과 향 . 이 자리에는 직장인, 지역청년과 학생, 주민 등이 모였다. 막걸리 전문 소믈리에인 강사 정양욱(지역문화 플랫폼 아무튼 같이 대표)씨의 이론 강의를 듣고 직접 만들어보는 수업으로, 밤 9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막걸리라는 말은 지금 막 또는 대강, 함부로 걸렀다 라는 뜻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조선 시대에는 가정에서 술을 만들어 먹었다. 그래서 술맛은 집마다 달랐다. 우리가 주식으로 삼고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곡물을 주재료로 하며, 물 이외의 인위적인 가공이나 첨가물 없이 누룩을 발효제로 써서 익힌 술. 이것이 전통주의 정의다.

술을 즐기지 않는 친정과 달리, 남편과 시댁 식구들은 기념일마다 술을 마신다. 한잔 마시고 기분이 좋아지는 정도를 넘어, 술 때문에 괴로운 지경에 이른 적도 있다. 그 괴로움을 다시 반복하는 남편이 이해가 안 돼 많이 싸우기도 했다. 얼추 30년 지난 지금은 남편은 물론 다른 시댁 식구들도 다들 건강을 염려하며 술을 조금씩 마신다. 술 자체보다는 술 마시는 분위기를 즐기는 나이가 됐다.

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원시생활이 시작된 이래 야생 과일이나 곡류에 곰팡이와 효모가 우연히 생육하며 자연발생적으로 알코올이 만들어졌다. 우연히 사람들이 맛을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직접 빚어 마시게 됐다. 어느 아프리카 탐험기에는 원숭이들이 보름달이 뜬 날 바위나 나무둥지의 오목한 곳에 잘 익은 산포도를 넣어두고, 다음 보름달이 뜬 날에 찾아와 술을 마셨다는 전설이 기록됐단다.

나는 전통주의 분류나 쇠퇴 원인, 막걸리가 생산되는 종수 등의 강의 내용보다 창가에 나란히 놓인 빨간 뚜껑에 자꾸 눈길이 갔다. 수강생들이 막걸리를 빚을 통이었다.

이론 강의가 끝나고서야 드디어 차게 식힌 고두밥과 누룩이 섞인 통을 받았다. 그 통 안에 밑술로 사용할 막걸리 500ml와 생수 500ml 2병을 부어 밥알이 으깨지지 않도록 골고루 조심스럽게 저었다. 한참을 저으니 찬기가 사라지고 통 안에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다.

다 젓고 난 후, 소독용 알코올을 이용해 통 가장자리를 잘 닦은 다음, 뚜껑을 꼭 닫았다. 이제 집에 가서 할 일 등을 메모했다. 차를 탈 때도 출렁거리지 않게, 갓난아이를 안듯 통을 고이 모시고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뚜껑을 열고 면 보자기(주방티슈를 두어 번 접어 사용해도 됨)를 덮은 다음 고무줄로 고정했다. 이 상태로 실내온도가 25도 정도인 그늘진 곳에 받침대를 깔고 그 위에 두었다. 지금부터 발효가 시작되는 것이다. 사흘 정도 아침저녁으로 한 번씩 저어주고 이후부터는 매일 맛을 봐가면서 입맛에 맞는다 싶을 때 술을 내리면 된다. 집에 갖고 온 다음 날까지는 저을 때 조금 뻑뻑했는데, 이틀째부터는 꽤 묽어져서 젓는 게 한결 수월했다.

면 보자기를 열기 전, 이제 곧 막걸리가 될 술통 위에 귀를 대봤다. 통 안에서 서로 소곤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발효되는 소리가 어쩜 그리도 맑은지. 감탄이 절로 났다. 바위틈에서 가느다란 물줄기가 한 음절 혹은 두 음절씩 떨어지는 소리. 안타깝고도 가냘픈 음향. 쪽, 쪼록, 쪼로록... 왠지 땅속 샘물이 솟는 소리가 이럴 것 같다. 온전한 맑음 이 가슴 한복판에 닿는다.

문득 내 입에서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이라는 시구가 절로 나왔다. 박목월의 시 나그네 에 나오는 구절이다. 나는 잠시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가 된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를 걷는 나그네.

닷새째가 되는 날, 술을 내리기로 했다. 빈 병과 면 보자기를 끓는 물에 소독하고 술 거를 양재기와 채를 준비했다. 취향에 따라 물을 섞어도 된다. 바로 내려서 마실 게 아니라면 냉동실에 보관해야 한다. 물을 섞어 내린 술을 냉장보관할 때는 7일 이내에 마셔야 한다. 나는 물을 섞지 않고 원주로 내리기로 했다. 원주 상태로는 장기보관이 가능하다고 한다.

진하고 뽀얀 원주에 절로 입맛이 다셔진다. 준비한 유리병에 담고 뚜껑을 닫았다. 병에 황토酒 라고 적은 라벨지를 붙였다. 병에 담고 남은 건 내가 마시기로 한다. 술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넘어갔다. 그동안 마트에서 구입했던 막걸리와는 격이 다르다. 진하고 담백하며 깔끔하다.

황토주 는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주말에 부침개를 안주로 내어 시음회를 열 생각이다.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돈다. 따뜻하면서도 향긋한 주말 저녁상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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