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18 Nov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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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news - 9 days ago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창궐’의 부작위범

▲ 사진=NEW 제공 영화 ‘창궐’(감독 김성훈)은 어둠 속에서만 활동하는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夜鬼)를 소재로 한 좀비영화입니다. ‘야귀’라는 새로운 크리쳐가 조선시대와 만나는 점은 신선하지만 몰입감은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세자(김태우 분)가 왕인 아버지 이조(김의성 분)앞에서 자결을 합니다. 이조는 아들 이청(현빈 분)에게 세자의 죽음에 대해서 자신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며 책임이 없다고 합니다. 과연 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죄가 되지 않을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을 형법에서는 부작위(不作爲)라고 합니다. 즉,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일정한 신체활동을 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범죄는 신체적 힘을 투입함으로써 사건을 진행시키는 작위범이 대부분입니다. 부작위는 명령규범에 대한 위반행위이고 작위는 금지규범에 대한 위반행위입니다. 부작위는 사건의 진행을 변경시킬 수 있는데도 신체적 힘을 투입하지 않음으로써 사건의 진행을 방치하는 것입니다. 즉, 부작위는 가능하고 기대되는 특정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형법은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라고 부작위범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 사진=NEW 제공 부작위범은 부작위에 의해서 범하는 범죄로서 작위의무가 있을 것을 전제로 합니다. 부작위범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작위의무가 요구되는 객관적 상황에서 행위자가 작위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개인적 능력이 있음에도 부작위하면 성립합니다. 그리고 결과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는 사람의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것과 같은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임차인에게 임대목적물이 경매진행중인 사실을 알리지 아니한(부작위) 경우는 부작위에 의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고, 은행장은 부하 직원의 배임행위를 발견하면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부하직원의 배임행위를 방치한(부작위) 경우 배임죄의 방조범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조가 자신의 아들 세자에게 자살하도록 교사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자살 교사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조는 세자의 자살을 방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부자지간인 이조와 세자는 서로 상대방의 법익에 대한 위험을 방지해 줘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조는 세자가 자살하려는 것을 알면서도 세자의 자살을 방치합니다. 이조의 이러한 행위는 아들의 위험을 방지해 주어야 할 아버지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이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세자의 자살을 방조한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한 것(즉, 작위)만 범죄가 되고 비난받아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무언가를 행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즉 부작위) 또한 큰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chojw00_star@fnnews.com fn스타 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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