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5 Dec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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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b.co.kr - 1 month ago

유모차 끌고 온 ‘라테파파’가 북적이는 스웨덴의 카페


3년차 대리인 이선민(가명·34)씨는 지난 9월 육아휴직을 신청하려다 마음을 돌렸다. “복귀 후엔 진급이 쉽지 않다” “이직해야 할 수도 있다”는 식의 상사 말에 부담을 느껴서다.

중소 제조업체 직원 강남경(가명·38)씨는 육아휴직 5개월 만인 지난달 복직했다. 원래 1년을 계획했지만 “대기업도 아닌데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다”는 회사 방침이 그를 이른 복귀로 이끌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남성 육아휴직자는 2013년 2293명에서 2017년 1만2043명으로 늘었다. 수치상으로는 증가세지만 현장에선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여전히 남성 육아휴직자는 ‘간 큰 남자’로 여겨진다.

지난달 15∼17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방문한 스웨덴 스톡홀름 거리에선 한국과 다른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일과시간 내내 거리에선 ‘라테파파(latte papa)’들이 흔하게 보였다. 라테파파는 육아휴직을 한 스웨덴 남성들로 그들이 한 손으로 유모차를 끌고 다른 손에는 카페라테를 들고 있는 모습에서 비롯된 말이다. 최근에는 육아에 적극 가담하는 남성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여성 1인당 2.4명에 달했던 스웨덴 출산율은 1969년부터 2.0명 아래로 떨어졌고, 99년에는 1.5명으로 바닥을 찍었다. 출산율은 그러나 2003년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 2000년대 중반 이후 1.9명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한국의 올해 출산율은 1.0명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스웨덴은 저출산 해법으로 일·가정 양립과 성 평등을 담은 가족정책을 폈다. 남성의 적극적인 육아참여와 정부의 안정적 재정지원이 최고의 저출산 해법이라는 판단에서다. 편안한 육아환경은 여성의 부담을 줄이고 동시에 여성이 노동시장에 복귀할 수 있는 효과도 발휘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이런 가족친화적 내용을 담으려 노력 중이다.

스웨덴은 74년 세계 최초로 남성육아휴직제도를 도입했다. 처음엔 권고사항이다 보니 참여율이 높지 않았다. 스웨덴 정부는 91년 부모가 사용할 수 있는 전체 육아휴직 기간(480일) 중 남성만 쓸 수 있도록 30일을 할당했다. 2002년에는 60일 다음에는 90일로 늘렸다. 그러자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빠르게 늘었다. 현재 스웨덴 남성의 육아휴직 비율은 45%다. 한 번에 6개월가량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보험제도 역시 육아휴직률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고용주에게서 노동자 임금의 0.82%를, 자영업자에게서는 순소득의 2.6%를 걷었다. 이 기금으로 육아휴직 기간에도 일할 때의 80%에 이르는 급여를 준다.

스웨덴은 또 아이가 16살이 될 때까지 1명당 100유로씩 아동수당을 지원한다. 이혼한 경우 양육권을 가진 부모에게 아이 한 명당 150유로가량의 ‘한부모 양육지원비’가 제공된다.

군나르 안데르손 스톡홀름대 인구통계학과 교수는 “스웨덴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단지 출산율 상승에 초점을 두지 않았다”며 “성 평등에 먼저 집중했고 여성이 노동시장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남성의 육아참여를 정착시킨 것이 저출산 해소에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국내에는 95년 남성 육아휴직제도가 도입됐지만 아직 정착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의 ‘2017년도 대·중소기업 육아휴직 사용현황’을 보면 대기업의 남성 육아휴직 비율은 16.3%, 중소기업은 10.1%로 전반적으로 낮다. ‘2013∼2017년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 중 541곳의 육아휴직 건수가 0건이었다.

게르다 루스 네이어 스톡홀름대 인구학과 선임연구원은 “변화를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먼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기업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톡홀름=글·사진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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