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11 Dec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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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b.co.kr - 28 days ago

[이흥우 칼럼] 다시 한번 ‘문재인 미러클’


재개된 북·미 샅바 싸움 트럼프가 싱가포르 정상회담
연기를 선언했던 때를 연상케 해
文 대통령이 구원투수로 등판할 순간 또 다시 도래한 듯…
천재일우 기회 놓치지 말아야

이산가족의 헤어짐은 먹먹하다. 짧은 만남, 영원한 이별이어서다. 벅찬 만남의 끝은 언제나 기약 없는 작별이었다. 다음이 없는 만남이기에 그 끝은 눈물이었다. 수많은 이산가족이 그랬고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린 현정화, 리분희가 그랬다. 짧은 만남, 한 번의 만남은 어느새 남북 만남의 공식이 되어버렸다.

이 공식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깨지는 듯 보였다. 남북 단일팀으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여자농구 대표 선수들에게도 어김없이 작별의 순간은 다가왔다. 보내는 아쉬움에,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는 복받침에 눈물인사를 주고받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로숙영은 달랐다. 로숙영은 눈물로 배웅하는 남측 선수들에게 “울지 맙시다. 다음 달에 또 만날 테니…”라며 오히려 우리측 선수들을 달랬다.

그도 그럴 것이 남북 간에 7월 평양 대회에 이어 10월 서울에서 통일농구대회를 열기로 사실상 의견 접근이 이뤄진 터여서 잠깐의 헤어짐이라 생각했을 듯하다. 로숙영이 말한 다음 달은 벌써 지났고, 11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는데 통일농구대회가 열린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계절은 만추를 지나 겨울을 향해 치닫는데 가을이 오긴 온 건지 ‘가을이 왔다’ 공연 소식 역시 깜깜무소식이다. 어렵지 않게 성사될 것으로 생각했던 교류가 아무 설명 없이 불발되는 걸 보면서 남북 관계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한다.

그렇다고 남북 관계가 나쁜 것도 아니다. 군사 분야에서의 협력은 예상보다 진도가 훨씬 빠르다. 공동경비구역의 실질적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GP 동시 철거, 한강하구 공동조사 등 북한식 표현을 빌리자면 ‘속도전’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현 남북 관계를 보면 헷갈린다. 별 어려움 없어 보이던 체육·문화예술 분야 교류는 삐걱거리는 반면 잘 안될 것 같고 이견이 가장 큰 군사 분야 협력은 비교적 잘 풀리고 있으니 말이다.

칠보산 송이가 남으로 오고 서귀포 감귤이 북으로 갔다. 우리 군 수송기가 여러 차례 평양을 드나들 만큼 정상의 세 차례 만남 이후 남북의 신뢰가 쌓여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리종혁 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 인사 7명이 오늘 남한 땅을 밟는다. 이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남북의 대화와 교류가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게 남북 관계다. 북한은 한·미 해병대 연합 KMEP 훈련을 문제 삼으며 ‘파국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다음 달로 예정된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은 중요한 변수다. 정부로서는 찬성하자니 북한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고, 기권하자니 국내 보수진영의 저항을 감수해야 하는 난감한 처지다.

북·미의 말이 다시 거칠어졌다. 이달 초 뉴욕에서 예정됐던 고위급 접촉이 무산되면서 양측의 자존심 싸움이 재개됐다.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 대북 압박을 유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은 핵·경제 병진노선 회귀를 운운한다. 미국이 현상유지를 원한다면 구태여 대화할 필요가 없다는 북한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연기를 선언했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이후 눈에 띄는 비핵화 진전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구원투수로 등판하는 순간이 또 다시 도래한 느낌이다. 완전한 비핵화에 더해 사찰 합의로 북·미 협상 불씨를 되살린 9월 평양 정상회담 같은 ‘미러클(miracle)’이 필요하다. 당시 미 보수 성향 외교안보 싱크탱크 미국국익센터(CNI) 동북아 전문가 해리 카자니스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한국의 역할은 ‘문재인 미러클’이라고 부를 만하다”고 평했었다. 북·미 협상이 파국으로 향하고 있을 때 불가능해 보였던 역할을 한 이가 문 대통령이라는 애기다.

대북 문제가 미국에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일지 몰라도 우리는 그렇지 않다. 미국은 급할 게 없을지 몰라도 우리는 그렇지 않다. 남북 및 북·미 관계가 별개 사안이라면 우리도 느긋해질 수 있다. 사실상 남북 관계가 북·미 관계의 종속변수가 되어버린 현실에서 북·미 관계 진전 없이 남북 관계 발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그래서 중요하다. 김 위원장이 빈손으론 오지 않을 테니 그의 서울 답방은 9월 평양공동선언보다 진일보한 합의가 있을 거라는 의미다. 현재로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먼저일지, 무기 연기된 북·미 고위급 접촉이 먼저일지 알 수 없다. 어느 게 먼저이든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재인 미러클,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중재의 결과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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