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16 Decemb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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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b.co.kr - 30 days ago

“게임 규제, 변사또가 수청 강요하는 것 같아”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게임 심리 전문가’이자 ‘독설가’다. 게임에 심리학을 접목한 독특한 시도가 눈에 띄지만 세상이 그를 주목하는 건 게임 산업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과 강도 높은 비판 때문이다. 이 소장은 현재 게임문화재단 이사,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이사 등을 역임하고 있다. 15~18일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 중인 지스타 2018 현장에서 만난 이 소장은 “지스타가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며 후한 평가를 하였다. 아울러 국내 게임 산업의 각종 규제에 대해선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이 소장에게 게임 산업의 현주소와 전망을 물었다.

Q. 이번 지스타를 평가한다면.

=완성형 박람회가 되고 있지 않나 싶다. 모바일 일색이었던 트랜드가 4~5년 사이 확실히 달라졌다. 특히 최근엔 사람이 콘텐츠가 됐다. 참 재밌는 거다. e스포츠나 1인 크리에이터를 보면 게임은 플랫폼이 되고 사람이 콘텐츠다. 제가 굉장히 놀란 게 넷마블, 넥슨을 보면 스탠드를 만들어놓고 사람이 보이게 해놨지, 게임이 보이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 콘텐츠’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것이 e스포츠다. 지스타에선 e스포츠 대회 함성이 그치지 않고 있다.

4~5년, 길게 잡으면 10년 전과 비교해서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그런 점에서 지스타는 완성형에 가깝지 않나 싶다. 물론 음지도 있다. 그만큼 껍데기가 단단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혁신의 측면에서 딱딱한 것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Q. 콘텐츠가 다양해진 건 좋지만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경우 여전히 모바일 위주인 게 현실이다.

=수학도 잘하고 국어도 잘하고 미술도 잘하면 좋지만, 가장 잘하는 게 있다면 그걸 열심히 한다고 뭐라고 할 순 없다. 물론 반찬이 한 가지라 입맛이 당기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반찬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발굴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어쨌든 사업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게임 산업은 공짜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게임 산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왜 그런 식이냐’고 따지기만 하면 서로 민망할 수 있다. 다만 이 게임사들이 다른 시도도 적극 할 수 있도록 하고, 실제로 그런 시도를 했을 때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심리학을 게임에 접목한 특이한 접근방식이 주목을 받았다. 그런 발상을 한 계기가 있다면.

=일단 제가 심리학과를 나왔다. 원래는 공부에 뜻을 두다가 지금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사람은 콘텐츠와 연결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사람이 프로그램화된 게임을 보며 재밌다고 했는데, 이제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 속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게 됐다. 친구와 하는 게임, 경쟁자와 하는 게임은 차이가 있다. 게임이 환경적인 것들을 넘어서 어떻게 경험하고, 느끼는가가 중요해졌다. 유저들도 그런 것들에 대한 요구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심리학적인 접근들이 게임 산업 속에서도 생겨나는 것 같다.



서비스업의 최고 가치는 결국 만족이다. 이 만족은 단순하지 않다. 배고픈 사람에겐 배부른 게 만족이다. 그러면 배부른 사람에게는? 새로운 만족이 필요하다. 재미와 즐김을 찾게 된다. 이 또한 범람하면 다음에 대해 요구하게 된다. 그게 바로 현 게임 산업의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모바일이든 온라인이든 좋은 콘텐츠가 많이 나왔다. 그런데 이제는 배가 부르다. 그럼 무엇을 요구하는가? 그 고급의 경험들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최근 불거진 과금 논란 역시 이 같은 고민이 핵심이 아닌가 싶다. 고급의 경험을 한다면 유저들은 얼마든지 돈을 낸다. 그런 경험을 요구하고, 기꺼이 돈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그런 기회를 안 주는가, 이런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나라가 비슷한 욕망이 있지 않나 싶다.

Q. 국내 게임 시장이 규제와 진흥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게임은 위원회에 따라 진흥과 규제를 오갔다.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가 어려웠을 때, 무언가 부족하고 채워야 할 게 많을 때는 속도가 핵심이었다. 얼마나 일사불란하게 할 것인가가 중요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OECD가 됐다.

지금은 안 그렇다. 기업들이 주도하는 시대다. 그런데도 아직 공공의 영역에서 간섭하려 한다. 게임 규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얘기를 하는 거다. 제일 감 떨어지고 제일 뒤처진 사람들이 관공서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 그 사람들이 아직도 판을 기획하겠다고 한다.

옛날에 변사또가 춘향에게 ‘수청을 들라’고 강요하듯 멋대로 한다. 잘하고 있으면 둬야 하는데 그러질 않는다.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했을면 좋겠어’ 하면 된다. 조정자의 역할을 해야지 심판자의 역할을 하는 건 안 된다.

시장이 왜곡됐다. 결과적으로만 보고 있다. 표피의 문제가 아니다. 게임 규제 문제들이 이상하게 얽혀서 같은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 원인을 제대로 짚어야 하는데 지금은 분명 엉뚱하게 짚고 있다. 가령 확률형 아이템 문제는 확률 공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시대에 뒤떨어진 그런 측면이 있지 않나 싶다.

Q. 게임을 정식 질병화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셧다운제 등 규제도 여전하다.

=이제는 아무리 사실에 기반을 둔 논문이 나온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과거 여성가족부는 ‘게임을 하면 뇌가 망가진다’는 논리를 폈다. 지금은 그 얘기 전혀 안 한다.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게임=중독’ 논리는 계속 이어가고 있다. 과거의 황당한 주장들을 다 끄집어내서 따져봐야 한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왜 게임밖에 할 게 없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생리학적으로만 얘기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게임 산업이 점점 커지는 건 시대정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귀찮고 힘들고 반복적인 일은 이제 기계가 한다.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 무언가 나의 행복이나 나의 개성이나 그런 걸 드러내기 위해 남이 안 한 짓을 한다. 과거의 관점에서 보면 허튼짓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과 미래로 보면 혁신이다.

보통 100가지 일 중에 97~98가지가 멍청한 일이다. 그럼에도 2가지 챙길 게 있다. 게임중독과 관련해 우리나라 게임 인구 2%가 문제가 된다고 하는데, 양면의 일이다. 순기능은 전혀 이야기하지 않는다.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야 한다. e스포츠는 PC방에서 게임에 몰두한 사람들이 만들었다. 좋은 게임은 서울대, 카이스트 나온 사람들이 가능성을 보고 만든 거다. 10~20년 후엔 무엇을 만들고 있을까 생각해야 한다. 공부 잘한다는 사람들이 무얼 만들고 있을지 생각해야 한다.

BTS는 엘리트가 기획해서 나온 게 아니다. 다 춤춘다고 BTS가 될 순 없다. 수많은 노력 가운데 나온 거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서 따뜻한 시선들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게임을 중독으로 만들어서 잃는 게 얼마나 많은가.

저는 이게 사회적 이슈로 본다. 아이들은 원래 엄마 말을 안 듣는다. 한두 집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걸 ‘병’이라고 하지 않는다. 부모가 되거나 어른이 되기 위한 하나의 성장통이다. 정상적인 과정이다.

스마트폰과 각종 기기가 넘쳐나고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부모와 선생님이 적응해야 하는 시대적인 사춘기 같다. 이걸 병으로 만들어버리면 부모와 선생님이 할 일이 없어진다. 의사들이 하게 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이건 바로 내 얘기라고 본다. 나도 초유의 경험이고, 부모로서의 경험도 초유다. 이런 시대적인 변화에서 우리는 참고할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다루는지에 대해서 답이 없다. 답이 없으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엉뚱한 사람들이 답이라고 한다. 말도 안 되는 걸 솔루션이라고 한다. 따뜻한 시선으로 극복해나가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반대자보다도 오히려 엉뚱한 전문가들이 더 문제가 있다. 힐링센터, 치유센터를 만든다. 도대체 어떻게 치유를 한다는 건지 궁금하다. 돈과 정책적인 노력이 엄청나게 들어가고 있는데 실제로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차라리 그 돈 가지고 진흥을 해서 노출하는 게 더 좋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쾌감을 느낀다. 어떤 행동이 못마땅해도 충분히 하도록 하면 알아서 틀이 만들어진다. 어찌 보면 한 가지를 계속 꾸준히 하는 건 엄청난 재능일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이 그렇게 못 한다. 한 곳을 파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지금 이걸 가지고 병이라고 하는 거다.

부산=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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