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16 Januar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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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b.co.kr - 10 days ago

[오늘의 설교] 하늘에서 들려온 음성


세밑 성탄을 지나 어김없이 공현절을 맞이했습니다. 그리스도로 오신 예수님의 모습을 만나는 절기지요. 동방박사의 방문, 요르단강에서의 세례, 가나안 혼인 잔치가 모두 공현(公現, Epiphany)의 일화들입니다.

누가복음 3장은 그리스도의 세례 사건을 우리에게 전합니다. 당시 유대 사회에서 더러는 혁명가로, 더러는 랍비로, 혹은 예언자로 받아들여 졌던 예수님을 누가는 세상을 구할 메시아로 우리에게 소개합니다.

특히 누가는 세례 때 하늘에서 들려온 음성을 통해 그리스도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음성 속엔 고난의 길을 걸어갈 아들에 대한 지극한 연민과 사랑, 그 길을 지켜봐야 할 아버지의 고통, 그리고 그를 통해 구하고자 하는 또 다른 자녀들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요르단 강가에 울려 퍼진 이 음성은 수난을 앞두고 타보르산(변화산)에서도 들려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하시는지라”(마 17:5)라는 음성입니다. 그리고 십자가 처형을 목전에 둔 겟세마네 동산에서는 “내가 이미 영광스럽게 하였고 또다시 영광스럽게 하리라 하시니”(요 12:28)라는 음성을 들려주십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그지없습니다. 10여 년 전 강화지역 교회연합행사 때 90대 노모가 행사장에서 만난 칠십이 다 된 백발의 아들에게 주섬주섬 과자를 챙겨주며 차 조심을 당부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육신의 부모가 이럴진대 우리를 지으신 하나님의 사랑은 오죽하겠습니까.

그 사랑을 예수님은 이렇게 표현한 바 있습니다.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는데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 하는데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마 7:9~11)

하지만 사랑하기에 더 고통스러운 법, 모진 수난 끝에 십자가 위에서 절명한 아들에 대한 애절한 심경은 성전 휘장이 반으로 갈라지고, 땅이 흔들리며, 무덤이 열린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하나님의 지극한 슬픔이 전해지는 대목입니다.

그 슬픔 너머에 궁극의 희망이 있기에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음성에선 긍정의 힘이 느껴집니다. 결국 그리스도는 생명의 주로 부활하시게 되지요.

새해 곳곳에서 들려오는 우울한 전망이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제, 여전히 불투명한 남북관계, 날로 격화되는 사회적 갈등, 요동치는 동북아질서, 그리고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의 그늘까지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게 없습니다.

이럴 때 과연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어떤 자리에 어떤 모습으로 서 있어야 할까요. ‘큰 것을 잃어버렸을 때는 작은 진실부터 살리라’고 했던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순수했던 신앙의 초심부터 되찾아야 합니다. 130여 년 전 암울했던 이 땅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던 시절로, 500여 년 전 종교개혁의 횃불을 들었던 뜨거웠던 시절로 돌아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얼룩진 이 세상을 구하려 사랑하는 아들을 기꺼이 내어준 당신의 마음을 기억하며 우리 자신을 다시금 낮추고 비우고 희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길만이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갈등과 역경을 이겨낼 유일한 길임을 또 한 번 세상에 보여 주어야 합니다.

김한승 성공회 국밥집교회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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