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18 Januar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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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b.co.kr - 7 days ago

엄마의 ‘마음의 병’, 함께 병드는 아이들


아동 관련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부모의 우울이 배경으로 지목돼 왔다. 문제 극복에 필요한 의욕과 의지를 집어삼키고 스트레스 상황에 굴복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우울은 개인과 가족 모두에게 치명적이다. 우울이란 정서가 지배하는 가정에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기 어렵다. 아동·청소년 전문가들은 부모의 우울이 당장 가정불화의 배경이 될 뿐만 아니라 어린 자녀의 발달과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우려한다.

우울증 판정 여부를 떠나 우울해하는 부모는 아이를 직접 해치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우울감을 비롯해 불안과 죄책감, 무력함, 무관심, 적대감, 무표정, 비판적 태도 등을 자녀에게 스스럼없이 드러내기 때문이다. 우울한 사고에 빠져 무기력해진 부모는 자녀에게 세심하고 따뜻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손쉬운 통제를 위해 강압적 양육 태도를 취하기 쉽다. 이런 환경에서 유아기를 겪는 아이는 우울과 정서불안, 적대성, 반항, 공격적 행동, 과잉행동, 위축적 태도 등 광범위한 문제를 보이고, 그 여파는 성인기로까지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우울이 자녀의 일생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부모 스스로 조기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울한 부모, 다치는 아이

부모가 우울할수록 자녀의 문제행동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육아를 주로 맡게 되는 어머니의 심리와 정서에 먼저 주목했다. 동국대 교육대학원 상담심리전공 박수현씨는 석사학위 논문 ‘어머니의 우울이 유아의 문제행동에 미치는 영향’에서 연구 결과 어머니의 우울이 1점 상승하면 유아의 문제행동은 0.663점씩 높아졌다고 밝혔다. 다른 연구에서는 어머니의 우울이 심할수록 유아의 자기조절능력이 낮아지고 충동성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가 우울한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2~3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들 아동은 우울증 발병 시기가 3년 정도 이르고, 사춘기 이전 발병률도 높았다. 이스라엘 연구진이 아기 125명을 출생 후 10년간 추적 조사해 최근 발표한 결과에서도 우울한 어머니의 아이들은 내향적 경향과 정신적 증상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였다. 연구진은 “엄마가 심각한 우울증에 걸린 아이들은 만성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처럼 반응한다”고 전했다.

아버지의 우울과 부정적 양육 태도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아버지의 우울은 주로 자녀양육 방식을 통해 문제행동에 영향을 주고 그 영향력은 어머니의 우울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울한 아버지는 자녀와 신체적 접촉을 하는 빈도나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다. 자신의 기분에 따라 일관성 없고 따뜻하지 않은 태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우울한 어머니와 마찬가지다. 이처럼 우울해하는 부모는 자녀의 요구에 따뜻하고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한다. 정서적으로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몰입하는 상태인 탓이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만큼 부모로서 권위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자녀에게 거부감이나 적대감을 갖기도 한다. 우울한 부모는 자녀의 행동을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해석해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우울하지 않은 부모들에 비해 자녀 양육에서 더 큰 스트레스를 느낀다. 양육의 즐거움을 경험하거나 긍정적 면을 보지 못하고 자신감 결여, 불안 같은 부정적 면에 집중하면서 스트레스가 가중된다. 이런 심리와 감정은 자녀에게 부정적 형태로 전달돼 문제행동을 유발하거나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악순환

우울한 부모는 자녀 양육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보다 에너지를 덜 쓰는 방법을 선택한다. 우울감은 훈육 기능도 손상시키기 때문에 우울한 부모는 거부나 강요, 체벌처럼 강압적·통제적 양육 방식을 쓰는 경향을 보인다. 문제는 악순환이다. 아이의 문제행동이 계속되면 부모는 양육 스트레스가 커지고 양육 자신감은 낮아진다. 이는 부모의 우울을 심화시키고 결국 더 강압적 양육 태도를 유도해 자녀의 문제행동 심화로 이어진다. 아이의 문제행동이 높을수록 어머니의 우울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도 있다. 부모 중에서도 어머니는 자신이 자녀를 잘 키우지 못하고 있다고 여길 때 그 원인을 자기 능력이나 노력 부족으로 생각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울, 수치심, 죄책감 따위를 느끼기 쉽다. 부모 한쪽의 우울이 가정불화를 유발하거나 심화시켜 자녀의 문제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다시 우울과 불화가 깊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린 아이일수록 부모의 정서적 반응에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유아기는 영아기보다 발전된 경험을 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발달하는 시기다. 유아가 또래 관계에서 사용하는 미소 짓기, 협동, 나누기, 배려, 공감 같은 사회적 기술은 부모 중에서도 어머니에게 배우는 경향이 높다. 어머니가 보이는 감정 반응과 여러 태도는 별도 학습과정 없이 자연스럽게 전이된다. 이때 짜증, 우울, 분노 같은 부정적 행동양식이 전달되면 자녀의 문제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우울한 부모와 함께 사는 것만으로도 자녀들은 발달적 문제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등은 연구논문 ‘어머니의 우울과 아동 우울 간의 관계’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지 않았더라도 만성적 스트레스 사건이나 좋지 않은 건강상태 등으로 우울한 기분을 경험한 어머니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어머니의 아이들보다 더 많은 장애를 갖기 쉽다”고 설명했다.

아이는 저절로 크지 않는다

부모의 우울이 자녀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우울, 불안부터 사회성과 학업능력 저하, 공격적 행동, 주의력 결립, 과잉행동장애 등 광범위하다. 부모가 우울해하면 자녀도 우울을 경험한다. 이 아이들은 자신에게 비판적이고 감정조절과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보이기도 한다. 유아기 문제행동은 그 시기에 끝나지 않고 이후 발달 과정에서 사회적 기술 부족, 부적응, 또래 거부 같은 문제로 나타난다. 유아의 문제행동은 아동·청소년기를 거쳐 성인기 범죄로 이어지기 쉽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만 5세 유아의 공격 행동, 주의집중 문제 같은 외적 문제행동이 6~7세가 될 때까지 유지됐고, 4년 후에도 강한 연속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아동의 문제행동 개선을 위해 부모의 우울 개선 노력이 병행돼야 함을 보여준다. 부모가 자신의 우울을 자녀에게 투사하지 않고 심리적 건강을 유지해야 건전한 양육이 가능하다.

아버지의 적극적 양육 참여와 가사 분담은 아내의 우울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 한 연구에서 아버지의 양육 참여가 높을수록 어머니의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어머니의 양육 자신감도 높아졌다. 아버지가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생활 지도를 하는 것이 아내와 자녀 모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부부가 긍정적인 대화를 활발히 하는 것도 건강한 양육환경 조성에 도움이 된다. 최미경 덕성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유아기 자녀를 둔 어머니가 자녀를 돌보며 동시에 가사활동을 모두 다 잘 해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남편의 참여적 행동은 어머니의 육아에 대한 자신감을 향상시키고, 양육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고 설명했다.

우울이 심한 경우에는 전문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우울증 치료를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적극 활용하라고 말한다. 부모의 우울은 자신을 손상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생각하면 머뭇거릴 수 없는 문제다. ‘육아 멘토’로 불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크면 다 괜찮아진다고들 하지만 자식은 저절로 크지 않는다”며 “아이는 최선을 다해 잘 키우려고 애써야 잘 크는데 부모 본인이 우울하면 마음에 여력이 없어 그렇게 할 수 없어진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우울로 인한 문제는 아이를 사랑하느냐, 하지 않느냐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천식 걸린 아이를 엄마가 안아주고 ‘사랑해’라고 말한다고 치료되지 않듯 우울도 의학적·생물학적 관점으로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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