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18 Januar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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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b.co.kr - 7 days ago

“북은 퀀텀점프 중, 테크노크라트가 경제발전 주도”


분단 이후 첫 남북 상시 연락채널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개소한 지 100일이 훌쩍 넘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후 석 달 넘게 같은 건물에서 생활하는 남북 직원들은 70년간의 단절이 무색할 정도로 가까워져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주중 연락사무소에 상주하며 북측과 협의를 진행하는 김창수 연락사무소 사무처장(부소장)을 지난달 30일과 이달 4일 두 차례에 걸쳐 인터뷰했다. 김 사무처장은 “문재인정부 대북 정책의 핵심은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 성장동력을 만드는 것”이라며 “북한과 협력하면 과학기술 분야에서 ‘퀀텀점프’(단기간 내 비약적 발전)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처장은 이를 위해 연락사무소가 남북 공동 발전에 관한 ‘브레인스토밍의 장(場)’이 되기를 희망했다.

-개소 이후 성과에 대한 평가는.

“12월 말 마지막 연락사무소장 회의 때 남북 소장(천해성 통일부 차관,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공통적으로 ‘그동안 연락사무소가 의미 있는 일을 많이 해서 안착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안착했다는 것은 남북 간 소통이 아주 잘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 판문점 연락채널만 있을 때는 통지문 하나 교환하는데도 하세월이었는데, 이제는 직접 얼굴을 보고 바로 의견을 주고받게 됐다.”

-남북 직원 간 거리감은 좁혀졌나.

“많이 가까워졌다. 금요일 남측으로 퇴근할 때는 북측 선도 차량의 인도를 받아 출입경사무소로 내려오는데, 얼마 전엔 북측 선도 차량의 출발이 늦어졌다. 그랬더니 우리 직원이 북측 차량에 가서 얼른 가자고 재촉하더라. 출입경은 북측에서도 매우 엄격한 문제라 예전 같았으면 말도 꺼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우리가 독촉할 수 있을 정도로 격의가 없어졌다. 지난달 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때는 북측 인사들이 ‘첫 삽은 언제 뜨느냐’고 묻길래 내가 ‘천리길도!’라고 했더니, 씩 웃으면서 ‘한걸음부터!’라고 답할 정도로 호흡도 잘 맞는다. 북측 직원과 개성시내 음식점에도 자주 간다.”

-새해 덕담으로 어떤 말을 나눴나.

“연락사무소 일을 지난해보다 열배, 백배 이상 잘하자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개선을 언급했는데, 그만큼 우리도 더 열심히 해서 좋은 결실을 내자고 얘기했다.”

-2008년 방문 이후 10년 만에 다시 찾은 개성은 얼마나 달라졌나.

“경제발전에 대한 북한의 절박한 의지가 곳곳에서 많이 느껴진다. 평양과 마찬가지로 개성시내도 군사력이나 핵무기 관련 구호는 사라지고 ‘당 전원회의 결과를 관철하자’는 등의 경제 구호로 바뀌었다. 주민들의 모습도 굉장히 활발해졌다. 특히 30대 여성이 자전거를 타면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도 봤다. 그만큼 휴대전화 사용이 익숙해졌다는 얘기다. 또 학생들이 (촌스러운 가방이 아니라) 저마다 백팩을 메고 다니는 것도 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경제발전으로의 노선 변화 의지가 엿보이던가.

“지난해 10월 이후 산림·보건의료·체육·철도·도로·항공·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실무회담이 연락사무소에서 열렸다. 우리 측 인사들은 하나같이 ‘북측 실무자들이 자기 분야에 굉장한 전문성을 갖고 있으며 국제적 동향에 밝고, 자기 분야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욕이 강했다’고 평가했다. 실무회담 참여자는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들인데, 사회주의 국가에서 경제발전 노선을 채택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 테크노크라트들이 앞장서는 것이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얼마나 절박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북한은 어느 분야에 가장 관심이 많은가.

“산림에 가장 관심이 많다. 지난해 10월 고위급 회담 이후 첫 번째로 열린 분과회담이 산림회담이었다.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절에 산림이 굉장히 황폐화됐는데, 그때는 당장 먹는 문제가 시급해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국토환경 문제를 굉장히 중시하는 걸 보니 북한이 새로운 단계로 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성공단 상태는 어떤가.

“오해의 소지가 있어 공장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겉에서 보기엔 깨끗했다. 시설에 물이 차면 물을 빼는 등 그동안 관리를 꾸준히 해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공단 가동이 결정되면 완전히 방치됐던 것보다는 더 수월하게 가동이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연락사무소는 공단 가동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남북 모두 공단 관련 언급은 안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언급했는데.

“신년사에 대해 북측 직원들은 ‘최고지도자가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발전에 대한 특별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원론적인 언급만 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지난 100여일간 아쉬웠던 점은.

“문재인정부 대북 정책의 핵심은 관계 개선과 평화체제 구축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신성장동력 창출이라는 정책의 목표가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남북이 협력할 신성장동력이 뭔가.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 분야인 스마트시티는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제약으로 구현하기 어렵다. 그런데 북한은 마음만 먹으면 어디에든 스마트시티를 만들 수 있다. 통신기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삐삐에서 시티폰, 폴더폰을 거쳐 스마트폰에 이르렀다. 그런데 북한은 다 건너뛰고 곧바로 휴대전화 500만대 시대로 왔다. 이런 걸 퀀텀점프라고 하고 북한에선 ‘단번 도약’이라고 한다. 혁신적인 미래산업 아이템을 선정해 북측과 협력하면 당장 이를 구현하고 실험해볼 수 있다.”

-연락사무소의 올해 목표는.

“연락사무소를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등 글로벌 어젠다이자 남북 모두 관심이 많은 분야의 브레인스토밍 장으로 만들고 싶다. 남북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한반도 미래 발전 모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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