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이 80세. 전직 교사 출신인 원로 시인 강상기 시인이 최근 펴낸 시집은 짧고 선명하고 강하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lt;웃음 gt;(도서출판b)이라는 제목의 이 시집은 서민들의 밑바닥 인생살이를 상징하는 소재를 중심으로 민초들이 헤쳐온 시대적 환경과 사건, 삶의 길목에서 마주한 상처와 고통을 감내하는 침묵의 언어를 시적으로 은유한 게 특징이다.
시집 첫 페이지에 실린 시인의 말 은 강상기 시인의 심성과 지난한 인생살이의 체험과 지혜의 시선을 엿보게 한다. 다사다난한 세상을 살며 마주한 부조리와 불평등, 인간과 자연의 부조화의 파편들을 예리하게 헤집고 이를 시대적 담론으로 견인해 웅변하는 시적 기교 방식이 아주 독특하고 번뜩인다.
생선 가게 옆에 꽃 가게가 있어 생선 가게에서 고등어를 사 들고 꽃 가게에 들렀다.//꽃 향과 생선 비린내가 뒤섞였다.//꽃가게 주인이 꽃이 비린내를 싫어하겠어요 라고 말했다.//나는 계면쩍게 웃으며 생선 요리에 꽃을 얹어 보세요. 꽃은 사랑받고 생선은 품격이 올라가요. - 시인의 말 전문
생선 요리에 꽃을 얹 으면 품격이 달라지는데, 이 세상은 태생적 한계를 원죄로, 사람을 재단하고 현상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세상을 나무란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 점잖게 타이른다.
이 시집은 그렇게 무심한 듯 흘러간 세상의 한복판에서 강상기 시인의 가치관과 신념, 세상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독하는 방식을 알 수 있는 표본이고 속살이다. 시인이 상징하고 표현하는 시어들은 기호이다. 시인의 시적 기호는 생선과 꽃이라는 기표를 통해 사랑과 품격이라는 기의를 전달한 것이다.
인류는 언어와 불을 발명해 저마다 소통하고 발전하며 문명이라는 꽃을 피웠다. 특히 언어는 지구촌을 소통과 발전을 앞당겼다. 인간은 언어와 몸짓으로 소통하는데 기호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표현을 이 한 송이 장미꽃을 너에게 주고 싶었어 라고 말할 때, 장미는 기표이고, 사랑은 연인의 기의이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신호등 불빛에 따라 멈추거나 건넌다. 신호등 불빛은 기표이고 불빛의 색깔은 기의이다. 야구장에서 배구장에서 감독의 사인은 기표와 기의로 이뤄지고 선수들은 그 기호에 따라 전략적인 플레이를 한다.
문학에서도 역시 사물에 대한 시선과 재발견의 결과를 기호로 전달해 독자와 교감한다. 시인은 그런 세상의 환경과 사물, 상징적 대상을 기호로 함축하고 은유한다. 거기에 적당히 가락을 넣고 운률적 흐름을 더한다. 강상기 시인의 시집 lt;웃음 gt;은 그런 시 쓰기의 정석을 보여준다.
이번 시집에 실린 54편의 작품 중 3편을 제외하고 모두 단시이다. 보통 나이만큼 말이 많아지는 데 시인은 그만큼 짧아졌다. 역설적인 인생이고 시작 태도인 셈이다. 거개 시 작품들이 시인의 말 처럼 짧고 강한 울림으로 여울진다. 시편마다 4행에서 7행으로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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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2 Novem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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