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18 February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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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gye - 4 days ago

‘코로나19’ 확산 악용해 ‘보건용’으로 둔갑·판매되는 가짜 마스크 [밀착취재]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다는 소식에 유통업체 대표 A씨는 지난달 경기도의 한 마스크 생산 공장을 찾았다. 보건용 마스크 ‘품귀현상’까지 벌어지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직접 생산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부랴부랴 뛰어든 마스크 생산이 제대로 이뤄질 리 없었다. A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마스크의 ‘KF’(Korea Filter) 등급 인증을 받으려 했지만 결국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렇게 보건용 마스크 기준를 충족하지 못한 ‘저급’ 마스크가 탄생했다. 코로나19가 차츰 확산함에 따라 A씨에겐 “마스크를 판매하라”는 유통업체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KF 인증을 받지 않은 마스크라는 점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KF 인증을 받은 마스크와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업체는 A씨가 생산한 마스크를 개당 ‘312원’에 산다고 해 200만장을 계약했으나, 최근 중국에 마스크를 수출하는 다른 업체가 개당 ‘900원’으로 가격을 3배나 높여 제시했다. 결국 A씨는 위약금을 감수하면서 더 비싼 가격을 제시한 업체에 물건을 넘기기로 했다. 품질이 인증되지 않은 마스크 생산 우려에 업체 측은 “마스크의 KF 인증을 받지 못했지만 공산품으로 판매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중국으로 수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판매하는 건 유통업체 책임이며 우리는 상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마스크 품귀현상에 ‘공산품’ 마스크를 ‘보건용’ 마스크로 판매하는 사람들 14일 식약처에 따르면 보건용 마스크는 입자차단 성능을 검증하는 ‘KF인증’을 받아야 한다. 정부가 의약품으로서 기능을 인증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보건용 마스크에는 ‘KF80’, ‘KF94’, ‘KF99’라고 표시돼 있는데 숫자가 클수록 미세입자 차단 효과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KF80’은 평균 0.6㎛(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걸러낼 수 있다는 뜻이고 ‘KF94’,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약처는 이 같은 마스크의 ‘누설률’과 착용 상태의 호흡량을 측정하는 ‘흡기 저항’, 끈의 착용 강도 등을 검사해 KF인증을 내주고 있다. 이런 보건용 마스크 인증을 받지 못하면 의약품이 아닌 방한용 등 ‘공산품’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자 시장에선 KF인증을 받지 않은 ‘공산품’ 마스크들이 보건용 마스크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다. 생김새가 같기 때문에 육안으로 구별이 힘들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일부 업체들은 포장지나 광고에 ‘KF 인증을 받았다’고 표시한 뒤 가짜 보건용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기자가 지난 12일 서울 명동 거리를 돌아보니 일부 노점상들은 공산품 마스크를 ‘KF94’ 마스크라고 속여 판매하고 있었다. 외국인이 자주 찾는 명동 약국에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인증되지 않은 마스크를 구해 판매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개당 2000원씩 공산품 마스크 가격을 부풀려 판매했다. 일부 업체는 간판에 ‘KF94’마스크라고 내걸고 안에서는 값싼 공산품 마스크 구입을 유도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 “한국산이면 통해”…가짜 마스크가 중국 등 해외로 수출되기도 가짜 ‘KF인증’ 마스크가 해외로 수출되다 적발되는 경우도 있었다. 관세청은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보건용 마스크의 해외반출 관련 집중 단속을 벌이다 KF인증을 받지 않은 마스크 15만장을 포장지에 ‘KF94’로 표기해 수출하려 한 업체를 적발했다.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도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온라인 쇼핑몰 29개 업체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KF 인증을 받지 않은 마스크를 감염원, 미세먼지 차단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광고해 판매한 업체 10곳을 적발했다. KF인증을 받았으나 효능이나 성능을 속여 과장판매한 업체 7곳도 함께 적발됐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KF인증을 받지 않은 공산품 마스크는 생산업체에서 개당 300~400원대에 판매되고 있어 2000원에 판매하는 것은 많이 남는 장사”라며 “중국인들은 ‘made in korea(한국제)’나 ‘KF’만 적혀 있으면 품질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점상이나 온라인을 통해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경찰·지자체 단속 나섰지만 정작 생산업체는 단속 ‘한계’ 경찰, 식약처 등 관계기관은 마스크 제조업체가 KF인증을 받지 않은 보건용 마스크를 생산해도 생산업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한다. 외관은 보건용 마스크와 같아도 ‘공산품’이라고 생산하면 단속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마스크를 고객에 판매하는 유통업체가 허위로 ‘KF인증’을 받았다고 광고하거나 표시하면 약사법 61조에 따라 허위 기재·표시, 과장광고 행위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와 식약처 등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짜 KF 마스크가 비싸게 판매되고 있는데 따라 집중단속에 들어간 상태다. 경기도 특사경 관계자는 “가짜 마스크에 KF인증이라고 박혀 있지 않는 이상 ‘공산품’으로 등록된 마스크 생산 자체는 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이런 마스크들이 주로 온라인 쇼핑을 통해 허위 과장돼 판매되고 있어 유통업체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마스크를 구입할 때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https://nedrug.mfds.go.kr)을 통해 KF 인증 여부를 확인해볼 것을 조언한다. 관계자는 “KF인증은 외부 기관을 통해 누설률, 흡기저항 등 국민들이 쓸 때 불편함이 없는 요소를 철저히 검증하고 있다”며 “품질이 확보되지 않은 마스크를 쓸 경우 미세입자 차단 효과가 없거나 호흡에 문제가 불편함을 느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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