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6 April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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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ib.co.kr - 2 month ago

가습기살균제 10년… 피해자 절반 ‘극심한 우울감·분노’ 시달려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을 맞았지만 피해자들은 아직도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에 고통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한 채 2차 가해에 시달린 이들은 우울감과 분노에 사로잡혀 극단적 선택까지도 시도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1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 피해 가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하반기 실시된 이번 조사는 가습기살균제로 피해를 본 전체 4953가구 가운데 조사에 동의한 1152가구(23.3%)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참사 이후 전체 피해 가정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조사에 따르면 성인 피해자들은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이후 폐질환(83%) 외에도 코질환(71%), 피부질환(56.6%), 안과질환(47.1%) 등이 발생했거나 악화됐다. 이들은 기침과 호흡곤란, 비염, 두통 등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다고 답했다.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경우 여기에 주의력결핍행동장애, 발달장애 등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독성이 폐뿐 아니라 다른 장기에도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생애 말기까지 부작용이 계속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건강하지 못한 신체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스며들었다. 피해자들은 우울·불안(72%), 분노(64.5%), 자살 생각(49.4%) 등에 잠식됐다. 성인 피해자의 절반은 삶을 영위하기 힘들 정도의 극심한 울분 장애에 시달리기도 했다.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경우(11%)도 일반인(3.2%)보다 3배 이상 높았다.


피해자들은 정부의 협소한 피해 인정과 가해 기업의 책임 회피에 또 한 번 상처를 입었다.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로 직접 인정한 ‘구제급여’ 대상자는 895명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인과관계가 불명확해 공식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은 ‘특별구제계정’ 대상자는 2207명이다. 둘 다 특조위가 가습기살균제에 고농도 노출돼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하는 4만명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일부 관련 행정기관은 도움을 청하는 피해자에게 “왜 이렇게까지 찾아오느냐” “우리도 모르니 다른 부처에 문의하라”고 박대했다고 한다. 극심한 고통에 심리 상담을 신청해도 감감무소식인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지나가다 개한테 물려도 주인이 보상을 해주는데 우리는 개만도 못한 존재들인가”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가해 기업의 배상 및 보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기업으로부터 배·보상을 받은 경우는 전체 응답자의 8.2%에 불과했다. 86.8%의 피해자는 기업에 배·보상 요청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특조위는 “정부가 공식적인 피해자로 인정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패소를 두려워하는 피해자들이 기업에 요구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인해 발생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최대 759억원으로 추정됐다. 사망비용 275억여원과 의료비용 16억여원 등을 합친 숫자다. 특조위는 가구당 평균 지원 비용을 3.8억원으로 환산할 경우 전체 가구의 피해 회복을 위해서는 1조8000여억원의 기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피해자 지원 범위를 늘리고 가해 기업에 입증책임을 지우는 가습기살균제특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황전원 특조위 지원소위원장은 “아직도 수많은 피해자가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며 “20대 국회가 반드시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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