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6 April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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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gye - 11 days ago

[현장에선] ‘해도 되는 차별’은 없다

“그런데 외국인 차별 취재를 왜 부동산에 와서 해요?” 지난 두 달간 외국인 차별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들른 부동산에서는 하나같이 이렇게 물었다. 공인중개사들은 이 주변에 어떤 외국인이 많이 사는지, 그들이 어떤 매물을 선호하며 학교는 어디로 가는지를 설명하다가도 한 번씩 ‘번지수 잘못 찾은 것 아니냐’는 표정으로 “아니 이런 이야기가 기사에 도움이 돼요?”라고 의아해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나는 인종차별주의자’라거나 ‘외국인 차별에 찬성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난민 반대단체의 대표도 “우리는 난민과 외국인 노동자를 혐오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누리는 과도한 혜택과 그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걱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외국인들도 그렇게 느낄까. 세계일보가 ‘한국형 외국인 혐오 보고서’를 위해 외국인 200여명에게 물은 결과 70%가 한국에서 차별·혐오를 겪었고, 피부색에 따라 차별한다고 답했다. 2018년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의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확산에 크게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난민 반대를 외치거나 언어·물리적 위해를 가하는 것만이 외국인 차별은 아니다. ‘미세공격’(microaggression)이란 말이 있다.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상대에게 차별·혐오의 느낌이 들게 하는 미세한 표현, 행동 등을 뜻한다. 옆에 흑인이 다가오면 가방을 다른 손에 바꿔 든다거나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어느 나라 출신인데 이렇게 영어를 잘해?” 칭찬처럼 하는 말도 여기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노골적인 차별 못잖게 미세공격도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말 그대로 미세한 차별이라 ‘괜히 문제 삼아서 분위기만 망치는 게 아닐까,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하는 고민을 수반하기에 더욱 그렇다. 대놓고 인종차별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한국에 사는 외국인 70%가 문제를 겪었다고 이야기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에도 미세공격이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다. 부동산은 미세공격이 증폭되는 공간이다. 부동산 그리고 지역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혐오·비하 발언이 차고 넘친다. 이들이 모두 외국인을 혐오해서 그러는 건 아닐 것이다. 조선족이 조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우리 동네 조선족이 많아져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되고, 결혼 이주여성도 똑같은 사회일원이라 여기지만 우리 학군의 다문화비율은 오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단지 아파트 투자가치가 궁금해 이 동네 조선족이 많은지, 배정 학교에 다문화 비율이 높은지를 부동산에 물어봤을 뿐이겠지만, 외국인 주민 입장에서는 ‘우리는 존재만으로도 기피의 대상이 되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엄연한 차별, 즉 미세공격이다. 기사가 나가자 이번에는 기자와 기사를 향한 ‘거대공격(실제 이런 용어가 있는 건 아니다)’이 쏟아졌다. ‘외국인들이 차별받을 행동을 한다, 미국에 비하면 한국은 양반, 선비질하지 마라’ 식이다. 장애인은 근무능력이 부족해서, 혹은 어느 나라든 성차별이 있으므로 차별은 당연하다는 주장이 말이 안 되듯 외국인 문제도 마찬가지다. 해도 되는 차별은 없다. 윤지로 특별기획취재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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