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15 April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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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 2 month ago

작가이자 아내이자 엄마 lt;br gt; 어쩌다 투사 가 됐나

일할 때 지겹게 들었던 격언이 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라는 말. 이미 정형화된 시스템을 바꾸긴 힘드니 싫으면 부속품인 개인이 나가라는 이 표현이 방송 업계에선 흔하게 쓰였다.

동료들은 출산휴가조차 없는 프리랜서 방송 노동의 고충을 한탄하다가도 마지막에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뭐 라는 자조적 문장으로 마침표를 찍곤 했다. 나는 이 격언에 끝까지 적응하지 못했다. 혼자 남아 생각에 잠겼다. 왜 중에게는 떠나는 선택지만 주어지는 걸까. 떠나지 않고도 절을 바꿀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절 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 lt;일하는 여자들 gt;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영화에는 절 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방송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카메라 바깥에서, 무대 뒤에서 원고 쓰고 섭외하던 작가들은 이제 카메라 앞에 서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영화 도입부, 박지혜 작가는 미소 띤 얼굴로 뼈 있는 말을 던진다. 정의로운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서 그 사람까지 정의로운 건 아닙니다. 누구나 알았지만 누구도 할 수 없었던 말이 스크린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오래 기다려왔다.

영화는 이미지, 박지혜 두 작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두 중심축 중 하나인 이미지 작가는 방송 17년 차이자 방송작가유니온의 초대 지부장이다. 그녀는 현직 작가이면서 지부장인 동시에 엄마이자 아내다. 하나만 하기도 버거운 명찰을 그녀는 네 개나 갖고 있다. 그녀의 명찰은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고침 된다.

정신없이 원고를 써 보내고 아이에게 두 시간은 놀 수 있는 블록 장난감을 사준 뒤 부랴부랴 노조 회의에 참석하는 식이다. 부서질 듯 고된 몸보다 더 힘든 건 아이를 향한 부채감이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그녀는 생각한다. 나중에 아이가 크면 꼭 얘기하리라. 그때 너무 힘들고 아팠지만 엄마가 세상을 바꿔보고 싶어서 애를 썼었다고. 그런 뜻을 품고 노조 일을 했으니까 이해해 달라고.

이미지 작가가 처음부터 투사 였던 건 아니었다. 그녀 역시 신입 작가 시절 방송국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을 만큼 괴로웠지만 전면에 나설 생각은 하지 못했다. 장시간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며 이 직군은 뭔가 대단히 불공정하다 는 모순을 느꼈지만 거기까지였다. 실질적으로 바꿔야겠다는 마음보다는 그저 그만둬야지 생각했다.

그런 그녀가 왜 초대 지부장이 되어 뛰고 있는 걸까. 거기엔 어떤 절박함이 있었다. 방송작가들이 모여 노조를 출범시키려 애써왔지만, 정작 지부장을 하겠다는 이가 없었다.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이미지 작가가 나섰다. 그렇게 그녀는 투쟁하는 작가이자 늘 아이에게 미안한 엄마가 됐다.

몸이 보내온 이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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