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7 May 2021
Home      All news      Contact us      RSS      English
ohmynews - 27 days ago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왜 꽃밭일까 노래를 듣고

어느새 벚꽃이 활짝 피었다. 다른 꽃들도 제각기 꽃잎을 연다. 걷다 모퉁이의 꽃을 보고 잠시 멈추고, 다시 걷다 담벼락 구석에 핀 꽃을 보고는 한참을 쪼그려 앉아 들여다본다. 온통 꽃잎으로 뒤덮인 꽃나무 앞에서는 저절로 발길이 멎는다. 한참을 서서 이리저리 훑어본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풍경이다. 휴대폰을 꺼내 가지마다에 송이송이 매달린 꽃잎들에 포커스를 맞춘다.

파란 하늘을 배경 삼아 찍고 다른 나무들과 어울리도록 찍기도 한다. 때마침 바람에 날리는 하얀 꽃잎이 눈부시다. 바닥도 살핀다. 지난 저녁 비바람에 떨어진 꽃잎들이 점점이 무늬를 만들어 놓았다. 그것도 카메라에 담는다. 이끼와 이름 모르는 풀, 흙을 뚫고 올라온 나무 뿌리와의 조화가 멋들어진 신기한 풍경이다.

한참을 찍고 일어서서 방향을 잡으면 그제야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들 내가 서 있던 방향에서 같은 나무와 같은 꽃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꽃을 보고 그대로 지나치지 못하는 것은 나뿐이 아니다. 꽃을 담는 것인지 추억으로 남을 오늘을 담는 것인지, 모두들 꽃을 향하고 집중한다. 저마다의 이야기는 모두 다르겠지만 예쁜 것을 외면하지 못하는 것은 다르지 않은 듯하다.

문득 노래 제목이 떠올랐다.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왜 꽃밭일까 , 처음 그 제목을 듣자마자 사진 앨범을 열어 보았고 아연했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 나의 사진은 어느새 온통 꽃밭이었다. 그즈음 나의 행동, 길을 가다 멈추고 꽃을 찍고, 가다 멈추고 꽃을 찍는 행동을 반복했던 모습들이 떠올랐다. 모든 꽃들이 유난히 예뻐 보였고 그때마다 찍었는데, 노래 제목을 듣고 사진 앨범까지 확인한 후의 마음은 애매하게 불편했다.

여보, 엄마의 프로필 사진은 왜 꽃밭일까? 왜 엄마들은 꽃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는 걸까?
젊은 시절엔 자신이 꽃이라고 생각하니 꽃의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는 거지. 나이 들어 뒤늦게 꽃이 예쁘다는 걸 알게 되는 거야. 그래서 꽃을 찍고 꽃과 함께 찍는 거지. 예쁜 건 옆에 두고 싶으니까.

점잖게 말했지만 나이 들어서 더는 예쁘지 않다는 말이다. 남편의 말이 황당했지만, 또 딱히 부정할 수도 없었다. 이 사람은 진작부터 꽃이 아니었던, 착각 속에 살고 있던 나를 어떻게 대한 것일까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상처받을까 싶어 묻지는 않았다.

꽃 앞에서 발길을 멈추게 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래전에도 매일 변하는 나무의 색은 신비로웠지만, 그도 카메라에 담지는 않았었다. 바쁘게 지나는 길에서 키 작은 꽃 하나가 덩그러니 피어있는 것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시간이 많아졌고 산책 길이 여유로웠고 바쁠 일이 없으니 주변을 살피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작은 꽃에 눈길을 주게 되었던 것 같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모습도 자주 포착했다. 주로 나와 같은 연배의 엄마들. 내가 꽃 앞에 서면 그들도 꽃 앞에 섰고, 내가 카메라를 꺼내면 그들도 카메라를 꺼냈다. 그렇게 하나둘씩 사진 앨범에는 이름도 모르는 꽃 사진이 늘어갔고, 사진을 찍는 나를, 서로를 한 앵글에 함께 담아주곤 했던 것이다. 나의 프로필 사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꽃과 함께인 내 모습은 너무 민낯이었다. 가족들만 볼 수 있게 잠깐 올렸다가는 바로 내리는 것을 반복했다.

우연히 꽃밭에도 다녀왔다. 서울식물원 옆의 산책길이었다. 튤립과 수선화 여러 종이 산책로 곳곳에 심어져 있었고 근처의 주민들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을 이용해 봄꽃을 만끽하고 있었다. 우리도 점심 식사를 마친 후라 그 대열에 합류했다.
전체 내용보기


Latest News
Hashtags:   

Sour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