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31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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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 3 days ago

당신의 세계를 의심하나요? 주인 과 함께 고민해 보세요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아니, 취지는 알겠는데 좀 틀린 말도 있고.

고등학생 주인(서수빈 분)은 같은 반 수호(김정식 분)가 주도하는 서명 운동에 이름을 적을 수 없다. 몇 해 전 일어난 여아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출소 후 다시 동네로 돌아오는 일에 반대하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자신이 동의할 수 없는 문장들로 설명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미 옳다고 여겨지는 사회적 행위로부터 이탈한 그는 교실 내에서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되고 만다. 의심으로 가득 찬 날카로운 시선과 익명의 쪽지들, 그리고 조금씩 멀어지는 친구들까지. 주인은 그렇게 고립되지만, 그 과정은 주인을 무너뜨리는 대신 그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영화 lt;세계의 주인 gt;은 윤가은 감독의 네 번째 장편이자, 전작인 lt;우리집 gt;(2019)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다. 단편을 포함해 필모그래피의 여러 작품을 통해 아이들이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꾸준히 탐색해 온 그는 이번 작품 역시 그 연장선 위에서 이야기를 그려나가고자 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조금 더 성장한 10대 청소년의 내면을 비추며 주체로서의 감각 과 윤리적 판단 의 자리로 시선을 옮겨냈다는 것이다. 말썽 없이 보편적으로 기대되는 모습 그대로 자라온 아이가 처음으로 사회적 판단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다.

02.
서사적으로는 그리 복잡할 것이 없다. 오히려 단순한 편에 속한다. 전교생의 참여를 이끌어낸 서명 운동과 이를 거부하는 한 사람이다. 심지어 운동의 취지는 분명히 사회적으로 올바른 방향을 지지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인물을 둘러싼 세계는 이 작지만 뾰족한 행동 하나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그렇게 배신과 이기심, 무지함으로 낙인찍히기 시작하는 인물은 속해있던 집단으로부터 빠르게 이탈 당한다. 이를 중심 서사의 뼈대로 삼은 영화는 주변부의 장면을 빼곡히 채워가기 시작한다. 아니, 사실은 처음부터 주변부를 채색하기 위한 준비를 차곡차곡 한다. 이 과정은 결코 과장되거나 드라마틱 하지 않다. 오히려 단순하고 느린 속도로 이야기를 배회하는데, 그 덕에 관객들은 주인이 마주하는 소외의 감각을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피부 깊숙이 경험하게 된다.

이 같은 방식이 유효한 것은 영화의 균형과 붕괴가 서사에서부터 시작되지 않고 있다는 점과도 연관성이 있다. 인물이 속해 있던 세계와 집단에 유격이 생긴다는 점, 평온했던 일상에 변화가 생긴다는 점을 생각하면 잘못된 표현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의 핵심은 인물에게 존재한다. 사회적으로 바르고 모범적인 학생의 이미지에 균열이 일어나는 순간이다. 이 찰나는 윤가은 감독이 지속적으로 탐색해 온 세계의 모멘텀이기도 하다. 이 균열은 이야기를 조용히 비틀고 확장시키며, 영화 전체의 감정적 진폭을 이끌어내는 시작점이 된다.


03.
윤가은 감독이 이 작품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거리감을 형성하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는 극 내부 인물 사이의 거리 조절이 여기에 해당한다. 주인은 타인과 함께이고 싶어 하지만, 직접적인 접촉이 이루어지는 순간에 뒷걸음치는 인물이다. 미도(고민시 분) 역시 자신이 모르는 타인과의 접점을 최소화하며 살아가고자 한다. 두 사람만이 아니다. 주인이 세계로부터 소외된 이후 거리를 두고자 하는 친구들 역시 상황은 다르지만 같은 맥락 안에 존재한다. 자신의 세계를 방어하기 위함이다. 이 지점은 사랑이나 우정과 같은 긍정적인 형식의 관계성이 당연하게 주어지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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