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 November 2025
ohmynews - 16 hours ago
2억 2천만 원 잃어보니 코스피 4000 시대도 반갑지 않다
국장(국내 주식) 좀 담으렴. 국장이 미쳤다.
친구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코스피 4000 시대, 국내 주식 시장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빚투 열풍 이 불고 있다는 기사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죠. 예전에는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그럼 나도? 라며 마음이 쉽게 동요되었는데, 이제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역시 경험은 스승입니다.
평범한 직장인인 제가 한탕 의 유혹에 넘어가 순식간에 2억 2천만 원을 탕진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코인의 코 자만 들어도 치를 떨었는데, 마음을 좀 추스르고 나니 이 무모한 도전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돈을 날린 얘기가 아닙니다. 욕심과 조급함이 만든 함정에 빠져 무너진 중년의 마음, 거기서 건져 올린 비싼 교훈에 관한 기록입니다. 왜 무모한 투자를 하게 되었는지, 투자하면서 지켜야 했던 것들 그리고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중년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초라한 노년이 기다릴 것만 같아서
고2 딸, 중3 아들을 키우는 직장생활 19년 차 중년입니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이 월급의 약 22%, 두 아이 교육비가 약 36%를 차지합니다. 생활비, 보험료, 관리비 등등 차 떼고 포 떼면 남는 건 없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 라는 불안이 하루가 다르게 커졌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중년기는 삶의 중앙인 동시에 경제적인 늪에 빠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정년은 코앞이고, 이마저 채우기 버거운 현실에서 책임과 부담만 계속 늘어납니다. 부모를 부양하고 자녀 교육까지 감당하는 와중에 은퇴를 준비합니다. 직장에서도 위태로운 시기, 퇴직 불안에 당장 뭔가를 해야 한다 라는 압박도 받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초기,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코스피 4000시대처럼 코인, 주식 열풍이 불었죠. 약 1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바로 급락을 맞았고, 마이너스 70%~80% 구간에서 수년을 머물렀습니다. 제발 본전만이라도 라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버텼습니다.
2024년 말, 미 대선 시즌 트럼프의 상승세와 함께 코인 시장이 과열됐습니다. 유튜브에는 코인으로 수억 벌었다 , 취임 전이 마지막 기회다 같은 말이 넘쳤고, 여기저기서 수익 인증이 이어졌습니다. 마이너스였던 투자금이 본전을 넘어 플러스로 전환되자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 몰라 , 곧 회사를 그만둘 수도 있겠다 라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수익률이 높은 코인 선물거래로 갈아탔습니다(선물 코인이란, 코인값이 오를지(롱) 내릴지(숏)를 예상해서 수십 배의 돈을 거는 거래다).
탐욕의 다른 이름, 본전만
약 2주 동안 선물 기초를 훑고, 한 유튜브를 통해 리딩방에 가입. 새벽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금리 등 각종 발표를 챙기고, 차트 흐름을 살피며 선물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보유하고 있던 코인 현물에서 약 2천만 원을 빼서 조심스럽게 투자했습니다. 진입 2주 만에 2천만 원이 5천만 원이 되었습니다.
나머지 현물 코인도 조금씩 선물 계좌로 밀어 넣었습니다. 약 한 달간 순차 투입한 원금이 1억 원 이상. 한동안 순조로웠지만 크리스마스이브와 연말에 연쇄 청산(강제 종료)을 당하고 잔고는 0원이 되었습니다(청산이란, 오를 거다(롱) 또는 내릴 거다(숏) 에 돈을 걸었을 때, 코인 가격이 예상과 반대로 너무 많이 움직이면 거래가 강제로 끝나고, 결국 잔고가 0원이 되는 것).
본전 생각에 멈출 수 없었습니다. 전 직장 퇴직금, 성과급, 연말정산, 금덩어리, 수천만 원의 주식까지 정리해 추가 증거금을 넣었습니다. 또 청산, 결국 신용대출까지 손대게 되었고, 올해 6월까지 누적 투입 원금은 약 2억 2천만 원이 되었습니다(사실 정신 없이 쏟아부어 정확히 얼마인지도 모릅니다. 이 이상일지도).
정신을 차리고 깨달은 놀라운 사실은 그동안 단 한 번도 수익금을 인출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돈은 사이버 머니, 모든 순간은 허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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