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교회의 옥상 위에서 시작된 부천의 에너지 전환은 이제 교실과 운동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20년 전 시민들이 처음으로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세웠다면, 지금의 전환은 아이들이 배우고 성장하는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학교는 더 이상 단순한 교육의 공간만이 아니다. 기후위기와 에너지 문제를 배우고 실천하는, 가장 일상적인 전환의 현장이 되고 있다. 부천 일신초등학교는 지난해 민간기업의 ESG 지원사업을 통해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다. 학교의 작은 시도였지만, 그 변화는 빠르게 주변 학교와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설비 설치로 그치지 않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 만들고 배우는 탄소중립 교육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학교 옥상에 올라 패널을 보고, 가정에서의 전기 사용량을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하루 에어컨 끄기 와 같은 자발적 실천을 제안했고, 작년보다 더 더운 여름에도 전력 사용량은 오히려 줄었다. 이제 에너지 전환의 주체는 어른들만이 아니다.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배우고 실천하는 변화가 결국 공동체의 에너지전환 감수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학교에서 시작된 작은 빛, 아이들이 이어가는 전환
이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은 하나였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부천에선 그동안 학교 태양광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있었다. 부천시는 이미 2018년 에너지 자립 계획 을 통해 2030년까지 50개 학교, 총 1.5MW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예산과 절차상의 제약으로 실제 실행은 이뤄지진 않았다.
학교 태양광은 옥상이나 미활용 공간을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교육적 효과를 얻는 사업이다. 장승민, 박병용 등이 지난 2022년 발행한 논문 lt;전수조사를 통한 초·중·고 학교시설의 신재생에너지 적용 현황 및 에너지소비구조 분석 gt;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3천여 개 학교가 이 설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 지적하는 내용 중 흥미로운 것은 학교 건물 노후화였다. 연구는 학교에 태양광 설치가 어려운 이유는 전체 학교의 77%(9055개교)가 준공 후 20년 이상 경과한 노후 건물이기 때문이라고 봤다. 국·공립학교의 노후화 비율은 58%, 사립학교는 78%에 달한다고 설명한다. 에너지 효율이 낮은 건물에 태양광 설비를 도입하는 것은 기술적 한계보다 안전, 유지보수, 행정 절차 등 복합적인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부천 일신초등학교 옥상에 태양광이 설치된 것이다. 찾아보니 교육청의 예산 사업도, 시의 공모사업도 아닌 환경재단과 민간기업이 함께 진행한 ESG 프로젝트 맑은 학교 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학교가 직접 응모해 얻어낸 결과였다. 이 사례는 기존의 학교 태양광 사업 과는 다른 경로였지만, 그렇기에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후 태양광에 대한 인근 학교와 교육 관계자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신법기 일신초등학교 교감을 만나, 설치의 배경과 그 이후의 변화를 직접 들어보았다.
- 교감선생님께서는 기후 위기나 탄소중립 문제에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셨나요?
원래 환경공학을 전공했지만, 이후 교대에 진학해 교사가 된 뒤부터 생태 교육에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2002년 첫 발령 이후 지역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수업을 함께 하면서 배우는 기회가 많았습니다. 이후 교사 연구회를 통해 에너지 교육과 기후 위기 대응으로 관심이 확장되었죠. 특히 2020년 이후에는 단순한 실천 활동을 넘어, 에너지 전환·RE100·탄소중립이 지역사회와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느끼며 더 깊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일신초등학교가 민간 기업 지원 사업을 통해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되셨나요?
부천에서 10년 넘게 교사로 근무했고, 2022년 9월에 본교 교감으로 부임했습니다. 저희 학교는 특색사업으로 탄소중립 교육을 꾸준히 진행해 왔지만, 미세먼지나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선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늘 느꼈습니다. 교육청의 예산은 주로 석면 공사나 노후 시설 보수에 집중되어 있어 태양광 설치는 쉽지 않았는데, 마침 환경재단에서 맑은 학교 공모 사업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전국 45개 학교를 선정해 지원하는 사업이었고, 이를 통해 아이들의 건강뿐 아니라 에너지 전환과 기후 대응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신청했습니다.
- 이런 사업에 신청하실 때 어떤 논의나 과정, 혹은 반대나 우려 같은 것은 없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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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15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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