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하늘은 더욱 무겁고 생명은 더욱 분주하다. 화성호 일대에서 매월 진행되는 대전환경운동연합 탐조모임은 이 계절의 흐름에 맞춰 지난 28일 세 번째 모임을 가졌다. 이날은 4명의 참가자가 모였고, 현장은 정한철 전 화성환경운동연합 국장의 안내 하에 진행됐다. 탐조 현장에서는 맹금류 중심의 생태관찰이 이뤄졌으며, 동시에 개발과 보전이 충돌하는 이 지역의 현실이 설명되었다.
화성호는 2002년 서신면 궁평리와 우정읍 매향리를 연결하는 방조제 약 9.8 km가 조성되며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그러나 인공이라 하기에는 그 생태적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화성습지로 명명된 이 일대는 갯벌습지·염습지·기수습지·민물습지·호수가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드문 생태적 구조를 지닌다. 면적은 약 35 ㎢로 여의도 면적의 약 4.2배에 이르며, 갯벌과 간척지, 습지, 방조제호 등이 결합된 형태다.
철새들의 이동 경로와 월동지로서의 기능이 매우 중요한 이 지역에서는 100종 이상의 조류가 관찰되어 왔으며, 법정 보호종도 다수 포함돼 있다. 매향리 갯벌·화옹지구·화성호 일대를 포함한 조사에서 조류 106종, 개체수 11만 4696마리가 확인된 적도 있다고 한다. 또한 대형 저서동물 169종과 염생식물 식생 면적 4만 2000 k㎡ 이상 등 습지보호지역 지정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처럼 화성습지는 단순히 습지 그 이상이다. 갯벌은 오염물질 정화, 탄소 흡수(블루카본), 해일·폭염 저감 등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요한 인프라다. 특히 이곳은 갯벌 1 ㎢당 연간 약 63억 원의 경제적 가치가 산정되며, 화성습지 전체 규모로 환산하면 약 2200억 원 수준의 가치가 있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이날 화성호에서 진행된 대전환경운동연합 탐조모임에서는 알락개구리매, 잿빛개구리매, 참매, 흰죽지수리, 매, 흰꼬리수리 등 맹금류가 확인되었다. 또한 노랑부리저어새, 저어새, 큰고니 등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물새들도 탐조되었다. 현장에는 일찍 월동을 준비하는 기러기 수천 수가 넓은 호수 위를 채우고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흰꼬리수리 암수 한쌍이 갯벌 위에서 여유롭게 휴식하는 모습이었다. 성조 두 개체가 연이어 확인된 이 장면은 탐조자들에게도 흔치 않은 놀라움이었다. 정한철 전 국장은 이 지역이 그만큼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고 있다는 뜻 이라고 설명했다.
갯벌에는 노랑부리저어새와 저어새가 부리를 저어 먹이를 찾고 있었고, 큰고니 몇 마리는 화성호의 갈대를 은폐물삼아 숨어 먹이를 먹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망원경을 나눠 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새가 아니라, 살아 있는 바람을 보는 것 같아요. 한 참가자의 말처럼,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자연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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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1 November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