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의 신작 lt;어쩔수가없다 gt;는 미국 작가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lt;액스 gt;를 원작으로 했다. lt;액스 gt;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리스의 명감독 코스타 가브라스가 지난 2005년 찍은 lt;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 gt;가 앞서 나와 한국에도 개봉한 바 있다. 박찬욱과 코스타 가브라스가 모두 세계 영화계에 분명한 발자국을 새긴 거장이고 보면, 서로 같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이 소설을 원작으로 집어 들었을 리 만무하다.
봉준호 감독이 올해 발표한 lt; 미키17 gt;도 소설 원작을 두고 있다. 애드워드 애슈턴의 소설로, 숫자만 바뀐 lt; 미키7 gt;이 바로 그 작품이다. 달라진 건 그저 숫자만이 아니다. 영화의 주된 갈등구조를 형성하는 복제인간 사이의 극명한 성격적 대비는 원작 소설엔 없는 것이다. 원작은 개체간의 동일성에 집중했다면 영화는 차이를 대비시킴으로써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인물을 넘어선 사회적 의제를 영화 가운데 적극 끌어들인다.
박찬욱과 봉준호 같은 거장에게도 이미 있는 원작을 영화로 다시 만드는 일은 도전적 과제가 된다. 봉준호 감독이 앞서 프랑스 만화 lt; Le Transperceneige(눈을 뚫고 나가는) gt;의 판권을 산 뒤 결코 멈추지 않는 열차가 파국에 이른 지구 위를 멈추지 않고 운행한다는 설정만을 가져와 적극 변주한 일례는 너무도 유명하다. lt;설국열차 gt;와 원작 만화와의 동일성을 범상한 이는 거의 알아채지 못할 정도다.
원작의 걸음을 그대로 뒤따르는 충실한 방식이 있는가 하면, 봉준호가 lt;설국열차 gt;에서 그러했듯 전혀 다른 작품을 만드는 사례도 있다. lt;어쩔수가없다 gt;나 lt; 미키17 gt;처럼 뼈대는 유지하면서도 저만의 해석을 가미하고 특색을 살리는 형태도 여럿이다. 원작 소설이나 만화를 영화로 만드는 데는 그래서 정해진 답이 없다.
성공한 소설이 드라마로... 어떻게 달라졌나
소설과 만화, 웹툰,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작품을 매체를 옮겨가며 새로이 만드는 이른바 미디어믹스는 일본 문화예술계의 주된 성공방정식이다. 각 매체를 통해 작품을 즐긴 팬이 또 다른 형태의 2차, 3차 창작물에 더 쉽게 주머니를 연다는 점에 착안한 산업적 형태다. 미디어믹스에서도 나름의 경향성이 발견되는데, 주로 원작이 되는 매체와 2차, 3차 제작을 맡는 매체가 선명히 갈라지는 것이 그중 하나다.
한국과 달리 큰 인기를 누리는 일본 출판 장르소설은 만화와 함께 주로 원작을 담당한다. 잘 쓰인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이를 바탕으로 영화나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미디어믹스로 성공사례를 만들어낸 일군의 작가들은 다음 작품도 곧장 영상화되는 경우가 흔하다.
2008년 데뷔한 일본 작가 미나토 가나에도 그 대표주자로 꼽히는 작가다. 2009년 첫 작품을 발표한 이후 17년 간 20편의 작품을 내놨을 만큼 왕성한 집필량을 자랑하는 미나토 가나에는 선명한 장르적 쾌감에 나름의 문학적 완성도까지 갖춘 덕으로 발표한 모든 작품이 한국에 번역돼 소개됐을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그녀의 작품 가운데 영화화된 것만 5편, 드라마는 무려 9편이 만들어졌다
데뷔작인 lt;고백 gt;부터가 출간 즉시 큰 인기를 바탕으로 2010년 동명 영화로 만들어졌다. lt;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gt;의 감독으로 유명한 나카시마 테츠야가 메가폰을 잡았고, lt;4월 이야기 gt;의 히로인으로 한국에도 알려진 마츠 다카코가 주연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미나토 가나에의 또 다른 대표작은 lt;백설공주 살인사건 gt;이다. 소설은 2012년에 출간됐고 동명 영화가 3년 뒤인 2014년 제작됐다. lt;고백 gt;에 이어 소설과 영화 모두 한국에 수입돼 소개된 건 이 작품이 누린 커다란 인기를 반증한다. 영화는 전작에 비해 빛을 보지 못하였으나 소설은 한국에서도 장기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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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18 October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