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8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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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 3 days ago

정말 위험하고 부적절한 약일까? 여성 몸을 둘러싼 정치

지난여름 에티오피아 오로미아주 짐마 지역으로 출장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한국 정부가 국제개발원조사업으로 오로미아주 보건국과 함께 이 지역의 일차보건의료체계 강화 사업을 기획하는 단계인데, 사업 계획이 타당한지 해당 지역 보건 기관과 지방 보건국을 방문하고 의료제공자와 주민, 지역 공무원 등 주요 이해관계자를 만나 의견을 듣는 일정이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륙 중부에 위치한 지역 강국이다. 지난 10년 동안 연 6~8%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주목받았다. 하지만 하루에 3달러 미만의 소비를 하는 빈곤층이 전체 인구의 38.6%인 4719만 명에 이르고 정치적 불안정, 인플레이션, 민족 분쟁 등이 지속되면서 주민들의 삶 역시 거친 요동 속에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110달러(2023년)인 이 나라에서 아이를 낳는 여성들은 누구의 도움을 받을까? 한국처럼 병의원이 흔하지도, 전국민건강보험이 있는 것도 아닌 이 나라에서 여성 대부분은 정부가 운영하는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찾는다. 보건소에는 간호사와 조산원 등 10여 명의 의료 인력과 1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일을 한다. 우리가 방문했던 보건소의 모성 건강 담당자 두 사람은 수도도 전기도 갖춰지지 않은 보건소에서 하루 70여 건의 외래 진찰과 월 50~60건의 분만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밤에는 횃불로 불을 밝혀야 한다는 분만실의 약장을 들여다보던 중 한국에서 화제인 약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먹는 임신중지약 미프진 이다.

이 약은 수급이 잘 되는지, 언제부터 쓰고 있는지 물었다. 여기가 두 번째 근무지라던 젊은 직원은 원래 쓰던 약인데 라면서 산모들이 아이 낳는 터울을 조정하기 위해 쓰는 약이라고 말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에티오피아에서는 2005년 임신중지를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하던 법을 개정하고 2006년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여기서 미소프로스톨 단독 요법과 미소프로스톨과 미프진 병용 요법을 모두 안전한 임신중지의 방법으로 허용했다.

세계보건기구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미프진은 현재 전 세계 90여 개 국가에서 사용되는 가장 흔한 임신중지의 방법이다. 에티오피아 보건소에서 만난 에이스 키트 (상품명) 박스에 적혀있는 것처럼 미페프리스톤을 미소프로스톨과 함께 복용하면 임신 9주까지 95% 이상의 효과를 보인다. 수술에 비해 자원이 덜 필요하고 침습적이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에티오피아처럼 숙련된 의료진을 만나기 어렵고, 깨끗한 수술방과 입원실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약물 임신중지의 이점은 더욱 크다.

재생산과 몸의 정치

여성이 각자 처한 상황에서 아이를 낳거나 낳지 않는 결정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조건은 지극히 정치적으로 결정된다. 아이를 덜 낳도록 불임 시술받은 사람에게 아파트 분양 우선권을 제공하는 청약제도까지 운영했던 1970년대에서 50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다자녀 우대 혜택과 출산에 대한 각종 지원은 물론, 의료에서도 상황은 노골적이다. 임신을 시도하기 위해 난관이나 정관을 푸는 데에는 건강보험 급여를 제공하고, 피임을 위한 모든 의료에는 건강보험 급여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런 뚜렷한 대조는 당신들의 재생산권은 국가가 인정하는 건강의 사안으로 보지 않겠다는 제도적 선언이나 다름없다. 그로 인한 결과는 임신할 수 있는 몸을 가진 여성들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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