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는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줄 알았다. 눈앞의 하루보다 피터팬의 네버랜드가 오히려 현실처럼 느껴졌다. 열 살 아이가 마흔 넘긴 어른이 되는 것만큼 아빠가 노인이 되는 일은 동화 속 판타지로 여겨졌다. 평생 젊고 든든한 모습 그대로 일 줄 알았다.
흐르는 세월 따라 나이와 신체가 변화는 건 어쩔 수 없다. 세상에 태어나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삶의 흐름이다. 손가락으로 겨우 나이를 꼽던 아이가 기억 속 아빠만큼 나이를 먹자 그는 더 이상 젊지 않은 노인이 되었다. 아버지의 젊음은 영원할 줄 알았는데 어느새 노인 한 사람으로 서 있었다. 그의 젊지 않음은 낯선 도시에 도착한 이방인처럼 낯설고 생경하기까지 하다. 기억 속 정정했던 모습은 빨리 감기를 한 것처럼 지나가고 오늘 만난 모습은 노인이라 부를 수밖에 없었다. 아직은 젊다고 믿고 있지만 아버지 연세도 벌써 일흔에 다다랐다. 살아온 날을 숫자로 헤아리니 새삼 세월의 두께와 무게가 실감 났다.
어린 시절, 부모와 어른은 다 옳은 줄 알았다. 그들은 늙지 않는 줄 알았고 죽음은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다. 막상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어보니 나이를 먹는다고 완벽한 건 아니었다. 진짜 어른이 된다는 건 스스로 불완전함을 인정하는데서 시작한다. 나의 생각과 행동이 틀릴 수 있음을, 성급한 판단이 고정관념의 한 부분일 수도 있음을 깨우쳐간다.
불혹을 지나면서도 여전히 미혹되고 자주 흔들린다. 뚜렷해질 줄 알았던 미래와 삶은 매일이 불투명하고 눈뜨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기 바쁘다.
그때의 아버지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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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12 October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