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안의면에 자리한 안의초등학교다. 올해부터 작은학교로 지정됐지만, 학교 곳곳을 둘러보면 작은학교 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공간도 넓고 시설도 풍부하다. 이 넓은 곳을 뛰어다니며 작은학교의 강점을 누리고 있는 안의초의 특별한 교육 이야기를 전해본다.
작은 학교가 된 안의초등학교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잘 관리된 넓은 운동장과 인조잔디, 그리고 곳곳에 자리한 다양한 시설들이다. VR체험실, 미래교육 지원센터, 안전체험관까지. 작은 학교라고 하기엔 파격적인 규모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112명의 학생이 다니던 큰 학교였다. 그러나 학생 수가 급격히 줄면서 올해부터 작은 학교로 지정됐다. 교감선생님은 작년까지만 해도 작은 학교가 아니었다 며 올해부터 작은 학교가 되면서 여러 변화가 생겼지만, 오히려 교육의 질은 더 높아졌다 고 말했다.
학교의 주인은 너희들이다. 안의초의 교육철학은 명확하다. 인성교육과 진로교육. 교장선생님은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가장 큰 힘은 인성 이라며 그런 인성교육을 글로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행동으로, 체험으로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 중심에 학생자치회 활동이 있다. 안의초의 학생자치회는 단순히 이름뿐인 조직이 아니다. 학생들이 직접 복도 통행, 도서관 이용 등 학교생활 전반의 규칙을 만들고 관리한다.
선생님이 하는 말은 선생님 볼 때만 지키면 되잖아요. 돌아서면 안 지켜도 되고요. 교장선생님의 솔직한 말이다. 그래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직접 알려주고 함께 지켜가도록 하는 거예요. 이 학교의 주인은 학생들입니다. 교장선생님은 그냥 근무하는 사람이고, 여기는 너희들의 모교예요 라고 종종 알려줍니다.
실제로 학생들은 안전교육을 위해 복도나 계단에서 서로를 지도한다. 선생님이 지키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학생들끼리 정해서 갈 수 있도록 회장단들과 수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이들에게 늘 말하죠. 너네들이 충분히 할 수 있잖아 얼핏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의 자치성과 주도성을 인정하고 스스로 활동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자 하시는 교장선생님의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포인트로 배우는 경제교육·기부문화
안의초의 독특한 프로그램 중 하나는 포인트제 경제교육이다. 학생들은 착한 행동, 모범적인 행동, 대회 참가, 학교 활동 참여 등으로 포인트를 적립한다. 운전기사 선생님도, 급식실 선생님도, 선생님들도 모두 학생들에게 포인트를 줄 수 있다. 학기 말이 되면 이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바꿔준다. 자기가 열심히 해서 번 돈이니까 쓸 수 있는 거예요. 경제교육이죠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번 돈의 일부를 반드시 기부해야 한다. 돈 아깝잖아요. 내가 열심히 해서 번 건데. 하지만 기부도 하나의 습관입니다. 어릴 때부터 몸에 배이도록 하는 거죠.
상반기에는 마을회관을 찾아가 청소를 하고 장기자랑도 했다. 하반기에는 기부한 돈으로 물품을 구입해 독거노인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뵙는다. 아이들이 만든 거 들고 가기도 하고, 구입해서 직접 찾아가서 나눔을 실천하는 거죠. 그래야 선순환이 이루어지거든요.
80분 자치동아리, 진로를 찾는 시간
올해부터 안의초는 파격적인 시간표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1교시와 중간놀이 시간을 합쳐 80분간 학생자치 동아리 시간을 운영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수업이 보통 40분인 점을 감안하면 두 배의 시간이다. 40분으로는 제대로 된 동아리 활동이 어렵습니다. 교장선생님은 동아리 시간이 정규 수업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처음에는 선생님들도 반대가 있었어요. 안전 관리 문제로 어려움이 있고, 기존의 틀과 전혀 다른 것이니까요. 그래도 아이들을 위하는 일이다 보니 우리 공동체에서 합의점을 찾은 게 1교시 수업과 중간놀이 시간을 합쳐서 80분을 확보한 겁니다.
뉴스포츠, 텃밭, 목공, 코딩, 로봇 등 다양한 동아리가 운영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다는 점이다. 선생님은 필요한 최소한의 도움만 제공할 뿐, 자세히 개입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해본 적이 없으니 어렵죠. 하지만 내공이 쌓이면 가만히 놔둬도 알아서 하게 됩니다. 학생 자치 동아리는 내년에도 계속되고, 선배가 후배에게 기술을 물려주고, 계속 그렇게 이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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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14 October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