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난 첫 주말, 서울은 잔잔한 가을비에 젖어 있었다. 비에 반짝이는 아스팔트와 우산 행렬이 어우러진 도심 한복판, 경복궁역에서 시작된 나의 발걸음은 서촌마을, 경복궁을 지나 광화문광장과 쳥계천을 거쳐 서울광장으로 이어졌다.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놀라운 것은 내국인보다 외국인의 비중이 훨씬 높았다는 점이었다. 비가 내린 후 흐린 날씨에도 서울 거리에서 들려오는 언어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아랍어, 중국어, 일본어, 그리고 동남아 여러 나라말까지, 서울이 이제 진정한 세계의 도시 가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서촌마을 – 서울의 온기, 사람의 향기
경복궁 서쪽 골목길, 서촌마을은 여전히 따뜻했다. 처음 입어보는 한복이 어색할 것도 같지만 외국인들은 저마다 맵시를 한껏 뽐내며 함박 웃음 속에 거리를 걷는다. 요즘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는 lt;케이팝 데몬 헌터스 gt;의 인기를 반영하듯 사자보이스 가 쓴 한국전통 갓을 쓴 외국인 남자의 모습도 보인다.
빗물이 흐르는 돌담길을 따라 걸을 때마다,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의 매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서촌의 오래된 기와집 처마 밑에서 바라본 풍경엔 한국적인 아름다움 을 찾아온 세계인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경복궁 – 우리 문화의 품격
비가 그친 뒤, 가을비가 스쳐 간 경복궁 궁궐의 돌바닥에는 윤기가 돌았고, 빗방울을 머금은 처마 끝에는 햇살이 반짝였다. 촉촉이 젖은 단청 아래로 스며드는 햇빛이 고궁의 색을 한층 더 짙게 물들이고 있었다.
근정전 앞뜰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경내 곳곳을 둘러보며 미소를 지었다. 화려한 단청과 기와지붕 아래에서 그들이 남긴 웃음소리와 카메라 셔터음이 어우러지자,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궁궐이 다시 숨을 고르며 살아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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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14 October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