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8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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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 1 days ago

프랑스 시위가 복지 과잉 때문? 시민들의 실제 목소리


파리 13구에서 만난 아시아계 노동자 A(50대)씨는 미등록 노동자 로 큰 불편 없이 살고 있지만, 나이 든 부모를 만나러 오가는 데 문제가 없도록 1년 넘게 소득을 신고하며 체류 정규화를 준비 중이다. 단신이라 월세 내고 남는 소득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살아간다 는 그는 최근 국가의료지원제도(AME: Aide médicale de l État)를 신청했다. 자격이 주어지면 대중교통비 할인, 시립 박물관·공원·수영장 무료 이용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이주민 프리랜서 B(40대)씨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전년도 신고 소득에 근거한 소득 보전 덕분에 비용과 시간 걱정 없이 자격증(데코레이션)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이후 개인사업자로 일을 수주하는데 유리한 입장이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전년도 세금 신고자들은 이동의 자유를 박탈 당했지만, 적어도 소득 하락으로 인한 이중 고난은 없었다.

한부모 비정규직 연구자 C(40대)씨는 현재 실업급여와 한부모 수당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다. 낮에는 아이를 근처 보모에게 맡기고 박사논문을 저서화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환경주의자인 그는 최소 소비와 친환경 식자재·생필품을 소비하며 풍족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의 삶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31.4%(2022년 기준)이 갖는 실질적 힘이었다.

프랑스의 사회보장은 개인과 가계가 직면하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삶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회적 위험을 사회 전체의 연대 책임으로 대응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의 폭을 넓히고, 이것이 다시 사회적 연대를 존중하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선발 이민국가인 만큼 적어도 세금을 내는 이민자들에게도 그 혜택은 돌아간다. 프랑스의 모든 사람이 온전한 삶을 누리는 건 아니지만, 연구를 계속하거나 아이를 키우며 자기 신념대로 살거나, 어떤 선택을 해도 삶의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OECD 평균 20.5%을 훨씬 상회하며, 한국의 16.2%(2022년 기준, 2024년 기준으론 15.3%)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공공지출 덕분이다.

그러나 198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프랑스 사회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2023년 사회보장 지출 OECD 1위 자리를 핀란드에 내준 프랑스는 다음해인 2024년에는 오스트리아, 핀란드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그러는 사이 지난 2월 프랑스 취약계층주거재단(Fondation pour le logement des défavorisé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 내 홈리스는 2012년 14만 명에서 2024년 기준 35만 명으로 2배 이상 크게 늘었다. 유명 관광지 인근에도 텐트를 치고 사는 이들이 있으며, 인문사회과학 박사 이상 연구자들이 정규직을 얻기 어려운 취업난도 지속되고 있다.

2008년 이래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높은 청년 실업률과 낮은 정치적 효능감 때문에 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겠다는 청년들의 이탈도 두드러진다. 경제 위기의 대안 제시에 실패한 기존 좌우 정치세력에 대한 실망으로, 2024년 6월 말 1차 조기 총선에서 이주민 혐오를 조장하는 극우 연합이 무려 33%를 득표하면서 선주민 뿐만 아니라 이주민의 삶의 불안정성도 높아지고 있다.

Bloquons tout! (모든 것을 막자)

연구자 C와 안부를 주고받던 중, 프랑스 시민 운동 소식을 들었다. Bloquons tout!(블로콩 투, 모든 것을 막자/차단하자) 지난 7월 프랑수아 바이루 당시 총리의 438억 유로(한화 약 73조 원) 긴축 예산안(국경일 삭제, 보건·교육 예산 삭감, 연금 동결 등)에 반대하여 소셜미디어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시민 봉쇄 운동이었다.

9월 10일 첫 전국 행동의 날에 약 20만 명이 참여했고, 9월 18일에는 제조업 노동자, 공무원, 문화예술·의료·IT 종사자 등 거의 모든 직군의 노동자와 실직자들이 거리로 나왔다. 프랑스노동총연맹 CGT는 10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추산했다. 프랑스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이 운동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이유는 복지가 너무 많아서가 아니었다. 그나마 남아 있던 복지마저 깎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프랑스 시민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하고 있을까.

부유층에게 세금을(Taxer les riches)!

메시지는 아주 명확하다. 노동자들만 (긴축) 예산과 (공공부채 절감) 노력의 대가를 치르게 되기를 원치 않는다. 9월 18일 시위에서 프랑스 민주노조(CFDT)의 마릴리즈 레옹 사무총장이 한 말이다. 부채 해결에 같이 연대하겠으나, 임금 상승을 훨씬 상회하는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시민이 먼저 희생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고 부유층과 다국적기업에 제공한 특혜의 대가를 프랑스 국민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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