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란 무엇으로 평가받아야 하는가. 말로 평가받는다. 말은 정치의 행위이며, 언어는 권력의 그림자다. 그런데 요즘 한국 정치의 언어는 너무나 가볍고, 위험하다.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의 발언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27일 YTN 라디오 lt;김영수의 더 인터뷰 gt;에 나와 우리가 가는 길이 베네수엘라로 가고 있다 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을 끌어내렸으며, 이제 사법부를 길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돈 나눠주며 나라를 베네수엘라처럼 만든다 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전두환을 닮아가고 있다 고까지 말했다.
이 얼마나 무지하고, 역사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인가. 그의 입에서 전두환 이라는 이름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전두환 정권은 총칼로 국민을 짓밟았고, 헌정을 파괴했으며, 민주주의의 숨통을 끊었던 군사독재였다. 그 시절 광주에서 피를 흘린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달라 고 외쳤다. 그 민주주의의 피 위에 오늘의 헌정질서가 서 있다. 그런데 지금, 시민의 투표로 구성된 국회를 향해 독재 라 부르고, 합법적 절차로 집권한 정부를 베네수엘라로 가는 길 이라 낙인찍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다.
베네수엘라라는 허수아비
보수 정치인들이 비판에 쫓길 때마다 꺼내 드는 낡은 수사법이 있다. 바로 베네수엘라 다. 사회복지 정책이나 재분배 정책이 나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프레임이다. 그러나 인요한 의원은 베네수엘라 가 왜 무너졌는지조차 공부하지 않은 듯하다.
베네수엘라의 비극은 복지 때문 이 아니라, 부패한 독재와 석유 의존 경제 때문이었다. 석유 수익에 기댄 단일 경제구조, 권력의 사유화, 반대파 탄압, 그리고 민주적 절차의 붕괴가 나라를 망친 것이다. 지금 한국의 상황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한국은 선거로 정권이 교체되고, 언론이 자유롭게 권력을 비판하며, 시민사회가 깨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운운하는 것은 대중의 공포심을 자극해 자신들의 정치적 실패를 덮으려는 구태일 뿐이다.
윤석열은 내란을 일으켰지만… ?
그의 발언 중 가장 경악스러운 대목은 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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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29 October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