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30 October 2025
ohmynews - 2 days ago
APEC 주최국 한국이 이걸 해낸다면, 세상이 바뀔 것이다
트럼프 시대를 연 미국은 과거 철의 장막 을 걷던 그 손으로 이제 관세의 장막 을 세우고 있다. 한때 장벽의 서쪽에서 미국과 한편이던 나라나 동쪽에서 그것을 경계하던 나라나, 지금은 같은 처지가 되어 관세 장벽 앞에서 나란히 몸을 웅크리고 있다. 자유무역을 세계 번영의 조건으로 믿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자유무역의 이상을 좇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이제 그 존재 이유를 다시 물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9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채택된 아시아태평양의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보고르 목표) 은 더 이상 현실의 약속이라기보다 기억 속의 문장에 가깝다. 관세 인상, 보조금 경쟁, 전략산업 보호가 국가 정책의 표준이 된 지금, 자유화 라는 단어는 떠나간 시대의 고어(古語)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올해 한국이 APEC 정상회의를 주관한다는 사실은 단순한 순번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자유무역으로의 회귀를 요구하기는 어렵지만, 세계의 단절을 완화할 새로운 조율의 틀을 제시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보호무역 시대에도 교류의 흐름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 즉 공급망의 안정성을 공공재로 만드는 과제가 남는다. 그것이 경주에서 열리는 APEC이 존재 이유를 다시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공급망 안정과 예측 가능성을 새 목표로
1989년 냉전이 막을 내리던 시기에 APEC은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 이 번영을 보장한다는 믿음 아래 출범했다. 회원국들은 아시아와 미주를 잇는 하나의 시장을 구상하며, 관세를 낮추고 교역의 흐름을 확대하는 데 뜻을 모았다. 생산은 분업으로, 무역은 개방으로 효율을 높이는 것이 시대의 상식이었다.
이 구상이 본격적인 정상 간 협의체로 격상된 것은 1993년이었다. 개방을 통한 성장, 협력을 통한 평화, 그리고 시장의 통합.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첫 APEC 정상회의는 이처럼 명료한 기조로 출범을 알렸다. 각국은 장벽을 낮추며, 교역의 확대가 곧 성장 이라는 공식에 의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세계는 그 공식에서 급격히 멀어지고 있다. 2018년 이후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시작한 관세 전쟁과 기술 통제는 세계 교역 질서를 뿌리째 뒤흔들었다. 미국이 반도체와 전기차, 철강을 국가안보 품목으로 묶자 유럽은 산업 유출을 막기 위해 보조금 경쟁에 나섰고, 중국은 수출보다 내수와 자립을 중시하는 이중 순환 전략으로 돌아섰다.
그 결과 관세는 높아지고 기술의 교류와 산업의 흐름은 국경에서 막혔다. 여기에 지정학적 갈등이 겹치면서, 생산과 공급의 네트워크는 더 이상 하나의 세계시장 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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