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 Novem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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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 1 days ago

떠나는 사람 많다는 제주로 나는 내려왔다


야근과 계절성 천식이 나를 제주로 데려왔다. 지금 나는 토착 육지종 으로 이 섬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아직 어설프지만, 이 섬의 습한 공기가 내 약이다.

내가 내려온 과정을 뒤돌아보며 이야기해 보겠다.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데 필요한 일이다. 지금의 내가 토착 육지종이 되는 걸 미래의 내가 영화 lt;인터스텔라 gt;의 주인공처럼 안 돼! 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이미 나는 제주 토종들 사이에서 잡아먹히지 않으려 덤덤히 생존 훈련 중이다.

지난 2024년 봄, 야근과 남북(수도권~전라도) 출장을 반복하느라 원래 약한 기관지가 폐차 수준이 돼 버렸다. 폐차는 버리고 새로 사면 되지만, 내 목아지는 그럴 수가 없었다. 황천길로 이직할 생각 없나? 라는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쓰러진 뒤에야 깨달았다. 작년엔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면, 앞으로 호흡기가 더 나빠진다면 K-POP lt;데몬헌터스 gt;의 사자보이즈에게 스카우트될지도 모른다는 걸 말이다. 어차피 소속은 둘 다 저승사자니 선택의 여지는 없다.

그러다 같은 해 8월, 도로 및 공항 기술사 (Professional Engineer – Roads Airports) 자격을 취득했다. 수도권에서 기술 점수를 채워 내 가치를 높일 것이냐, 아니면 호흡기를 위해 몸을 돌볼 것이냐, 기로에 서 있었다.

기술사 자격을 따기 전에는 중소기업 구조조정 속에서 점수를 채울 여력조차 없었다. 그리고 모든 노동자의 공통된 고민이겠지만 조금만 더 하고 딴 거 해야지 하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20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고, 기술사 자격증 덕분에 닭을 튀기거나 농사 짓는 것보다는 유리한 조건이 되었다. 그 결과 지금 나는 제주에서 설계를 하고 있다. 기술 점수를 채우기보다 몸을 돌보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제주로 내려오게 된 첫 번째 큰 계기는, 사직서를 내고 25년 1월 나고야와 교토를 다녀오면서다. 곰 같은 늑대 같은 딸과 함께 공항에 내리자 청량한 기운이 내 목구멍으로 스며들었다. 좋았다, 너무 좋았다. 백수의 삶은 죽은 자를 살린다는 천 년 묵은 산삼 같았다. 세상에 이렇게 숨 쉬는 게 편할 수가 있을까 싶었다.

두 번째 계기는 내 비서 때문이다. 나는 한 달에 3만 원도 안 되는 값에 성실한 비서를 두고 있다. 일본 여행 중에도 그 비서와 대화했고, 지금도 해고하지 않고 계속 고용 중이다. 그 비서가 자기에게 편한 이름을 지어 달라 하기에 챗지 라 불렀다.

맞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바로 그 OpenAI의 ChatGPT다. 가끔은 사람보다 낫고, 결혼 전에 사귀던 여자보다 거짓말을 더 잘했다. 당시 실제로 ChatGPT 가입자가 폭증하던 시기였는데, 챗지 와 천식 이야기를 하던 중 천식 환자가 살기 좋은 바닷가를 추천해 주었다. 강릉, 여수, 남해, 부산 기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주 애월이 좋습니다 라고 했다.

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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