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3 October 2025
ohmynews - 3 days ago
언니라니, 언니라니... 보름달보다 큰 웃음달이 떴다
요 며칠 몸이 유난히 찌뿌둥했다. 매일같이 걷던 루틴이 깨지자, 쉬는 날인데도 오히려 몸이 더 무거웠다. 몸도 마음도 멈추면 금세 녹이 슬어버린다. 운동화를 신으니 발끝에서부터 힘이 솟는다.
집 앞에 서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가을밤의 공기가 코끝을 타고 폐 깊숙이 스며든다. 그 공기는 시원하고, 바람결은 반갑다.
나는 숨을 고르고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한 걸음, 두 걸음... 그 익숙한 리듬이 몸 안 어딘가를 깨운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저절로 외친다.
아, 역시 나오길 잘했어.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고, 은은한 풀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명절 동안 쌓인 기름기와 나른함이 한 겹씩 벗겨지는 듯하다. 밤하늘에는 이부자리 같은 구름이 덮여있고,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고요한 동네의 이런저런 소리들은 묘한 마음의 위안이 된다. 나는 언제나처럼 팔을 크게 흔들며 빠르게 걷기 시작한다. 오늘의 밤공기는 명절 특유의 정적이 섞여 있다. 평소 오고 가던 차도 뜸하고 평소 이 시간에 마주치던 조깅하는 이웃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평소에도 조용했던 골목이 더욱 고즈넉하다.
다들 가족들과 모였겠지, 오랜만에 부모님 댁으로 갔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다들 여행들을 갔을까.
걷다 보니 어느 집 담장 너머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공기 중에 퍼진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가 밤공기 속에서 방울방울 터진다. 조용한 가운데 그래도 명절이구나 싶다. 밤공기는 시원하고 어느 집 감나무는 실하게 영근 감들의 무게를 지탱하기 어려운지 가지가 담장을 넘었다. 대롱대롱 달린 감들이 마치 주황빛 등불 같다.그 빛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내 마음 한구석도 따라 흔들린다. 익어가는 계절, 익어가는 나이, 그 둘이 묘하게 겹쳐진다.
저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 하나가 보였다. 작은 바퀴 달린 씽씽카에 알록달록 불빛이 달려 있고, 그 위에는 나풀나풀한 원피스를 입은 꼬마가 타고 있었다. 꼬마 곁에는 자그마한 아주머니 한 분이 함께 걷고 있다. 아마 꼬마의 할머니인가 보다. 집집마다 새어 나오는 노란 불빛 덕분에 두 사람의 모습이 제법 또렷하다. 꼬마의 짧은 다리와 할머니의 느릿한 걸음이 나란히 이어진다. 그 모습이 정겹다. 명절이라 손녀가 놀러 왔나 보다. 나는 그들을 향해 살짝 미소 지으며, 걸음을 늦추지 않고 지나쳐간다.
그런데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
저기 저 언니, 엄청 빠르게 걷네. 우리도 저 언니처럼 걸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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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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