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 처음 소식을 듣고 눈앞이 아득해졌다. 우리 집은 17층이다. 그뿐이면 다행인데 이제 막 배밀이를 시작한 아기까지 키우고 있다. 그야말로 비상이었다. 그간은 클릭 한 번이면 다음 날 아침 현관문 앞까지 배송되는 편리함 덕에 기저귀도 분유도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만 샀지만, 이번엔 5주 치를 계산해 채워 놓았다. 진짜 문제는 공사 기간이 이유식 시작 시기와 겹친다는 것이었다. ‘이유식 준비’를 검색하면 ‘제2의 혼수’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준비물 리스트’를 펼쳐놓고, 필요할 만한 것들을 미리 알아보고 주문하느라 며칠간 진땀을 뺐다. 쌀, 휴지 같은 생필품도 든든히 구비해 뒀지만, 불안한 마음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사들였다. 마침내 공사 첫날, 습관적으로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손을 거두고 계단 앞에 섰다. 마지막 층계를 내디디며 생각했다. ‘할 만한데?’ 오랜 기간 걱정했던 것이 허무할 정도였다. 하지만 바로 그 이튿날, 회식을 마치고 17층을
Tuesday 28 October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