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추석 연휴에는 류승완 감독의 lt;베테랑2 gt;가 5일간 400만 관객을 동원했다. 그리고 2025년 추석 연휴는 7일이었지만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lt;보스 gt;는 172만 명에 그쳤다. 연휴는 길어졌지만 흥행은 짧아진 2025년 추석 극장가의 공백을 채운 것은 한국 대작이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lt;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gt;과 lt;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gt;은 2025년 추석 연휴 기간 합쳐 10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TOP 5에 진입했다. 두 작품의 합산 관객수는 2위 lt;어쩔수가없다 gt;의 104만 명과 정확히 맞먹는 수치다. 연휴 전체 관객(485만 명)의 21.4%에 해당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더 이상 틈새가 아니라 주류로 자리잡았다는 의미다. 2025년 추석 극장가는 한국 영화 산업에 질문을 던진다. 왜 대작의 공백을 한국 영화가 아닌 일본 애니메이션이 채웠을까?
대작 부재가 만든 시장 구조
2025년 추석은 빅 타이틀이 없는 명절이었다. 2024년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를 비교하면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2024년 lt;베테랑2 gt;는 개봉 첫 주(연휴 포함)에 468만 명을 동원했다. 2025년 추석 7일 연휴 전체 관객은 485만 명이었지만, 1위 lt;보스 gt;는 172만 명에 그쳤다. 2024년은 한 작품이 시장을 장악한 원톱 , 2025년은 여러 작품이 나눠 가진 분산 구조였다. lt;보스 gt;(172만), lt;어쩔수가없다 gt;(104만), 일본 애니메이션 2편(104만)이 각각 시장의 일부를 차지했다.
일평균 관객수로 환산하면 더욱 흥미롭다. 2024년은 일평균 약 55만 6000명, 2025년은 일평균 약 69만 3000명으로, 연휴가 2일 늘어난 만큼 일평균 관객도 24.6% 증가했다. 하지만 수치의 증가가 시장의 건강함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2025년은 확실한 대작 하나가 시장을 이끄는 대신, 여러 작품이 경쟁하며 관객을 분산시킨 해였다. 대작의 부재는 단순히 1위 작품의 흥행 하락을 의미하지 않는다. 관객의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확실한 하나 를 원하는 가족단위 관객들이 선택할 만한 영화가 없었다고도 볼 수 있다.
전략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명절 연휴 한국 대작의 공백을 채운 건 다름 아닌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이건 단순히 우연의 일치로 메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이들은 치밀한 전략으로 시장에 침투했다. lt;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gt;의 흥행을 보면 결과적으로 9월 24일 개봉으로 인지도를 확보하고, 관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가족 단위 관객까지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TV 시리즈가 19금이었던 것과 달리 극장판은 문턱을 낮춘 것이 주효했다. lt;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gt;은 이미 개봉 10주 차에 접어든 장기 상영작이었지만 추석 연휴에도 상위권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관객 동원력을 과시했다. 누적 관객 532만 명을 돌파한 이 작품은 IP 기반 팬덤의 충성도를 활용해 재관람을 유도하는 전략이 통했다.
한국 영화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분명해진다. lt;보스 gt;와 lt;어쩔수가없다 gt;는 각각 코미디와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라는 흥행코드를 내세웠다. 하지만 lt;보스 gt;는 15세 관람가로 가족 영화를 지향했지만 조폭 코미디라는 장르적 한계가 있었고, lt;어쩔수가없다 gt;는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대중적인 블랙코미디를 내세웠지만 오히려 대중적인 설득력을 얻지는 못했다.
이는 비단 2025년 추석만의 현상이 아니다. 2023년 lt;스즈메의 문단속 gt;, 2024년 lt;더 퍼스트 슬램덩크 gt; 등 일본 애니메이션은 지속적으로 한국 극장가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드라마, 음악 등 다른 영역에서 K-콘텐츠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독 영화관에서만 일본 콘텐츠가 약진하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025년 추석은 이 추세가 더 이상 예외가 아닌 구조적 변화처럼 보인다. 수치가 이를 명확히 증명한다. 2025년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 TOP 5 중 2편이 일본 애니메이션이었고, 동원한 104만 명은 전체 관객의 21.4%다. 5명 중 1명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선택한 셈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영화관에서 틈새 시장이나 마니아층의 선택이 아니라, 명절 극장가의 주류 선택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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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13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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