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영아, 이제 엄마라고 부르면 안 돼.
왜? 엄마는 엄마잖아.
아침마다 어린이집 문 앞, 나는 늘 같은 질문을 했다.
이제부턴 엄마 아니지? 선생님이지?
엄마는 내 첫 선생님이었고, 동시에 내 엄마였다. 어린 마음에는 집과 어린이집, 엄마와 선생님 사이의 경계가 복잡하게 느껴졌다.
집에서는 나의 엄마, 어린이집에서는 모두의 선생님. 그 작은 경계가 우리만의 비밀이자, 어린 나에게는 매일 확인해야 하는 약속이었다.
내 엄마가 남미정 선생님이야!
그렇게 자랑하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엄마는 조심스레 말했다.
소영이는 엄마랑 함께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엄마가 일을 하러 가셨잖아. 엄마가 있다고 말하면 친구들도 엄마를 보고 싶어할 거야. 어린이집에서 엄마는 엄마가 아니라 선생님이야.
엄마는 나랑 같이 직장 다닐 때 어땠어?
좋았지. 내 아이가 먹을 음식, 생활할 공간에서 함께할 수 있다는 게 행복했어.
엄마는 내게 엄마 이자 다른 아이에게는 선생님 이었다. 나보다 더 오래 함께한 그 시간 속에 내가 들여진 것이다.
1990년대 초반, 유치원 입학률이 20% 내외였던 시절. 주말 격주 근무에 2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오갔던 어린이집에는 엄마가 있었다.
아이들을 돌보는 것 외에도 서류 작업이 정말 많았어. 처음 맡은 반은 만 2세 딸기반, 14명의 아이들을 두 명의 담임이 돌봤지. 부모님들을 상대하는 일도 쉽지 않아 늘 긴장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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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13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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