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3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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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 4 days ago

성당에 만든 일자리, 그 마음에 눈물이 쏟아졌다

가을비가 지겹도록 내렸다. 추석을 지내고도 하늘은 좀처럼 개지 않았다. 이틀을 더 보내고서야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침을 먹고, 이천에 잠들어 계신 아버지께 다녀왔다.

나는 7살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주부였던 엄마는 갑자기 가장이 되었다. 학교가 끝나고 돌아 가면, 엄마가 없는 집안은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저녁이면 엄마는 지쳐 쓰러져 주무시거나, 답답한 세상을 한탄하며 눈물을 흘리셨다. 어린 나는 엄마의 눈치를 보기 일쑤였다.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어른들의 눈길이 싫었고, 슬픔이 밴 집안 분위기는 더더욱 견디기 힘들었다.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이 다가오면 들뜬 친구들의 웃음소리와 텔레비전 속 화목한 가족의 모습이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 놓곤 했다.

어린 시절 받은 상처는 성인이 되어 스스로 보듬고 털어냈다고 생각해도, 잊을만하면 불쑥 나타나 사람을 괴롭힌다. 다행히 따뜻한 사람을 만나 어린 시절의 아픔을 많이 덜어냈지만, 환갑을 바라보는 지금도 때때로 그 시절 상처가 찾아와 내 마음을 흔든다.

함께 별을 바라보는 사람들


추석을 앞둔 어느 날 송원섭 신부의 별바라기 이야기를 들었다. 별바라기 는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자립지원 공간이다.

지난 9월 중순, 송 신부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신부님은 어린 시절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동생이 여럿이라 늘 동생들 기저귀를 갈고 업어 달래며 어머니를 도와드리는 착한 아들이었다고 했다. 친구들과 놀지도 못했던 그 시절이 너무 힘들어 아이를 키우지 않으려고 신부가 되었는데, 오히려 수십 명의 아이를 돌보고 있다며 웃었다. 안쓰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렸다.

경제적 잣대가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사랑 대신 눈치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세상에 적응하기 어렵다. 한 번의 실수로 일자리를 잃고, 좁은 방에서 외롭고 힘든 날을 보내다 끝내 삶을 포기하는 아이들이 늘어간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아버지 없는 아이로 자라며 받았던 냉대와 미묘한 시선들, 그때의 서글픔이 다시 밀려왔다. 나는 집에 돌아가면 엄마와 형제가 있었다. 대학도 갈 수 있었다. 그런데도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친구들과 비교하며 내 처지를 불쌍히 여기곤 했다.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누가 그들의 상처를 안아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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