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민주주의를 배우는 공간이에요. 여긴 그게 일상이었어요.
독일 공정여행 중 학교 교류를 위해 베를린의 네트워크 스쿨(Netzwerk Schule)을 찾은 동백작은학교 청소년의 말이다.
이 학교는 학생의 자율과 권리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독일의 대표적 민주학교(Demokratische Schule)로, 초등학교 1학년부터 10학년까지의 학생이 한 공간에서 함께 배우며, 출신·성적·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입학할 수 있다. 학교는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되고, 학생은 자신이 만든 시간표에 따라 자유롭게 등교한다.
복도 한쪽에는 커다란 아날로그 출석게시판이 있다. 학생들은 직접 이름을 옮기며 오늘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를 표시한다. 감시는 없다. 대신 신뢰가 있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 이 아니라 학생과 함께 토론하며 방향을 찾아가는 동료 이자 촉진자 이다.
또한 학교의 모든 규칙과 결정은 학생총회에서 이뤄진다. 민주주의는 교과가 아니라 학교의 운영 원리 이자 살아있는 삶의 방향이었다.
민주주의는 제도가 아니라 관계입니다. 신뢰 없이는 자율도, 책임도 자라지 않습니다. - 네트워크 스쿨 교사
서로 닮은 학교, 그러나 다른 현실
학교에 도착한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은 각자의 가방에 준비한 선물과 활동 자료를 나눠 담고 교류의 시간을 기다렸다. 네트워크 스쿨 학생들은 직접 학교를 안내하며 교실과 복도, 교실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공간들을 소개했다. 벽에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활동의 결과물들이 가득 걸려 있었다.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은 평화란 무엇이냐 라는 노래와 케이팝 댄스를 준비해 공연을 했고, 한국 전통 부채 만들기와 놀이 체험으로 서로의 문화를 나눴다. 서로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금세 친밀해 졌다.
점심은 모두 채식으로 준비되었고, 교류의 마지막엔 인스타그램 계정이 오가며 다음엔 한국에서 만나자 는 약속도 이어졌다.
두 학교는 학생이 학교의 주체 라는 점에서 닮았지만, 서 있는 사회적 토대는 달랐다. 네트워크 스쿨은 2008년 설립되어 현재 약 100명의 학생이 다니며 입학은 선착순이다. 시험도, 면접도 없다.
네트워크 스쿨은 정부의 일정 보조를 받으며 지역 문화단체와 연계되어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학교를 넘어 외부 기업이나 예술기관에서 배움을 확장해 간다. 누구나 원하는 만큼 배우고, 모든 의사결정은 학생총회에서 이뤄진다.
반면 한국의 대안학교는 법적 지위와 재정이 불안정한 비인가 학교 로 존재한다. 입시 중심의 사회 구조 속에서 철학과 실천이 있음에도 늘 주변부로 밀려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학생 수 감소와 재정난으로 인해 문을 닫는 학교들도 늘고 있다. 교육청의 보조를 받지 못하거나 학비 의존으로 운영을 이어가기 어려운 곳이 많다.
다양한 교육 을 지탱해야 할 사회적 기반이 약한 현실에서, 이들 학교는 여전히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교육의 변방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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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13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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