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3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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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 14 hours ago

엄마는 왜 막춤을 추게 됐을까


초등학교 때를 떠올리면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 일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엄마에게 혼나고 나온 날, 친구와 싸운 날, 수업이 재미없던 날에는 점심을 일찍 먹은 후나 학교가 끝나고 난 후 빈 교실에서 친구와 우쿨렐레로 아무 노래를 연주해가며 노래하고 몸을 흔들었다.

슬픔, 억울함, 분노, 지루함이 우쿨렐레 선율을 따라 빠르게 사라졌다. 코드가 틀리고, 줄이 잘못 튕겨졌지만 그런 줄도 모르고 신이 나서 연주했다. 그때의 나에게 우쿨렐레와 노래 는 살아갈 버팀목이었다.

우쿨렐레와 노래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거라는 말은 아니다. 어린 만큼 순간의 즐거움으로, 친구와의 한바탕 놀이터 그네 타기로 잊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그때의 나에게 힘을 줬고, 지금의 나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무엇을 선택할지는 자유지만 누구에게나 살아갈 버팀목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서수의 신작 lt;그래도 춤을 추세요 gt;(2025년 8월 출간)에서는 춤 이 그렇다. 이 춤 은 정교하기보다 엉망이고, 아름답기보다 웃음을 빵 터트리는 것에 불과하지만 작품 속 인물들은 그래도 춤을 춘다.

틈,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

lt;AKA 신숙자 gt;의 나(박미리) 와 lt;이어달리기 gt;의 나(정재은) 는 노동 이라는 기대를 엄마에게 가진 채 살고 있다. 박미리는 엄마도 일하는 시니어 여성이 되길 바라며, 정재은은 엄마가 일을 하고 있음을 믿고 퇴사한다. 엄마들은 기대에 부응해 주지 않는다. 박미리의 엄마 신숙자는 딸이 주선해 준 일의 단점을 읊으며 간접적으로 거부한다. 정재은의 엄마 정한숙은 재은보다 먼저 퇴사 사실을 고백한다.

자칫 벌어질 수 있는 그들의 틈은 예상과 다르게 다정하게 메꾸어진다. 박미리 모녀 사이에는 딸의 고양이가 아픈 것에 쾌유를 빌어주는 엄마의 춤 이, 정재은 모녀에게는 함께 보내는 시간과 서로의 이야기 가 들어온다. 기대를 외면하는 사이와 기대(혹은 요구)를 가진 채 살아가는 사이도 맞닿을 수 있음을 어루만진다.

가족 사이 틈이 늘상 메꾸어지지는 않는다. lt;잘지내고있어 gt;에는 부모님이 이혼을 한 법적 관계 가족인 부녀가 있다. 이혼 후 새로운 여자를 만난 아버지는 딸 주연과 세연에게 죽음으로 돌아온다. 세연은 아버지를 자주 만나러 갔으나 주연은 그마저도 아니다. 아버지의 다른 여자 는 10년을 함께 살고 아버지가 쓰러지기 직전까지 함께였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아버지의 연명 치료에 대한 법적 선택권이 없었다. 자매는 아버지의 연명 치료를 하는가 와 이대로 보내주는가 의 기로에 놓인다. 가족을 떠나 살아간 아버지를 둔, 엄마가 먼저인 딸들의 고민은 중환자실에 들어간 아버지를 두고 아버지 살인의 문제 로 증폭된다.

이서수는 가족 밖 관계의 틈에도 다양한 것을 넣었다. lt;미식 생활 gt;에서는 서로 먹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 사이에 답장 을 넣었고, lt;광합성 런치 gt;에서는 식대를 올리고 싶지 않아 하는 대표와 낮은 식대 때문에 퇴사까지 고민하는 직원 사이에 차진혜 라는 인물과 그의 짝사랑을 집어넣었다. 그들의 결말이 무엇일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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