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3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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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 12 hours ago

술독에 빠져 사는 혁명가의 처절한 딸 구출기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lt;마스터 gt;에서 사이비종교 코즈 의 창시자인 랭커스터(필립 세이 호프먼)는 실험대상이자 친구인 프레디(호아킨 피닉스)에게 포인트 찍기 게임을 제안한다. 먼 풍경에 있는 하나의 포인트를 찍은 뒤, 바이크를 타고 누가 빠르게 돌아오는지 겨루는 게 게임의 규칙이다. 랭커스터가 먼저 포인트를 찍고 돌아온다. 프레디의 차례. 그는 랭커스터와 반대 방향을 포인트 찍고 바이크에 오른다. 핸들을 꺾지 않는 프레디. 그대로 달려 랭커스터의 곁을 떠난다.

필모그라피를 살펴보면 폴 토머스 앤더슨은 포인트 찍기 게임 중인 랭커스터와 프레디를 반반 섞은 것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기존 작품에서 어떻게 하면 더 멀리 달아날 수 있을까가 유일한 고민인듯 반대방향의 포인트를 찍는다. 1억 3천만 달러가 들었다는 블록버스터 lt;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gt;의 전작 lt;리코리쉬 피자 gt;는 1970년대 LA를 배경으로 자유를 갈망하는 청년들의 지지부진한 사랑과 성장(혹은 횡보)를 그린 소품이다.

예시를 들자면 필모그라피를 모두 소개해야 하기에 lt;리코리쉬 피자 gt;의 앞선 작품인 lt;팬텀 스레드 gt;까지만 살펴본다면, 1950년대 런던에서 피학과 가학을 오가는 의상 디자이너의 지독한 사랑을 담아낸 절제된 시대극이다. 이런 식으로 한 세계의 지평선을 포인트로 찍은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멀리 내달리는 PTA의 자취를 따르다보면, 그가 하나의 세계에 빠져 영영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근심어린 걱정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밥의 혁명을 실패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토마스 핀천의 소설 lt;바인랜드 gt;에서 영감을 얻은 lt;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gt; 는 반정부단체 프렌치75에서 활동한 폭파 전문가 밥(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리더격인 퍼피디아(테야나 테일러)의 과거부터 시작해, 16년이 지나고 10대가 된 그들의 딸 윌라(체이스 인피니티)를 스티브 록조 대령(숀 펜)이 쫓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록조는 과거의 잘못을 은폐하려 하고 밥의 아내이자 윌라의 어머니인 퍼피디아는 자취를 감췄다. 밥은 록조에게서 딸을 구하기 위해 옛 동료들에게 다시 연락하고 가라테 도장을 운영하는 세르지오(베니시오 델 토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과거를 지운 혁명가 밥과, 그를 끈질기게 쫓는 악당. 수십, 수백 번은 만들어졌을것 같은 도식적인 추격전을 새롭게 하는 건 PTA가 살짝 뒤튼 캐릭터다. 밥은 폭파 전문가로 활약했지만, 혁명에 대한 대의명분이나 확고한 사상적 기반보다는 대단한 일에 동참한다는 도파민에 절어 퍼피디아의 명령에 순순히 따른 것처럼 보인다. 딸이 태어나자, 혁명 전선에서 이탈하고 소시민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하며, 현재는 술과 약에 찌들어 변변한 직업도 없이 생활하는 기성세대로 표현된다.

윌라는 밥의 편집증적인 보호에 진절머리를 낸다. 밥은 윌라에게 외우도록 한 이상한 구호를 시시때때로 확인하고 도청 당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휴대전화도 개통해 주지 않는다. 예쁜 옷을 입고 학교 축제에 갈 때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모를 이상한 수신기를 지참해야 한다. 은행을 털다가 붙잡힌 후에 동료들을 밀고한 대가로 형을 감면받은 뒤 증인 보호 프로그램 중에 도주한 엄마 퍼피디아를 혁명 영웅으로 알고 있는 건 어쩌면 사소한 착각에 불과하다.

밥과 윌라도 다면적인 캐릭터지만 록조 만큼은 아니다. 불법 이민자 수용소를 관리하는 군인으로 크리스마스 모험가 클럽 이라는 백인우월주의단체의 가입을 갈망하는 인종 차별자이지만 흑인 여성인 퍼피디아에게 이상하리만치 집착한다. 미행한 뒤 멀찌감치서 망원경으로 그녀를 관찰하고 폭탄테러를 방조하는 대가로 성적인 관계를 요구한다. 프렌치75를 소탕 후 증인보호 프로그램으로 면책시켜 준 뒤에는 말끔히 차려입은 뒤 꽃다발을 들고 그녀의 집까지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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