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8 Octo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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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 3 days ago

부디 당신의 예술에 눈뜨기를

내가 살고있는 마을에선 일 년이면 두세 번씩 큰 축제가 열리는데, 주로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초청된다.

그런 날이면 좋아하는 가수 이미지가 랩핑된 관광버스를 타고 온 어머니 팬들이, 가수를 대표하는 컬러의 옷과 굿즈들로 치장한 채 온몸으로 팬심을 표현하며 공연장 주변을 누빈다. 아이돌 공연 못지않은 풍경이다. 그 모습이 낯설면서도 흥미롭고, 그 팬심의 원동력이 무엇일지 궁금했다.

그러던 중 한 TV 프로그램에서 트로트 가수의 팬 이야기가 소개됐다. 스무 살 딸을 병으로 잃고 큰 상실감에 빠져 있었던 팬은, 같은 사연을 지닌 가수의 이야기와 노래를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고 다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노라 눈물로 고백했다.

그 가수는 20대 형 두 명을 병으로 잇달아 잃고, 어머니의 암 투병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생계를 위해 배를 타면서도,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슬픈 삶의 서사와 달리, 그는 무대 위에서 장구를 이용한 화려한 퍼포먼스로 밝은 에너지를 뿜어낸다.

아. 예술의 힘이구나.

유명 미술작품을 보고, 클래식을 듣고, 문학 작품을 읽고 알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을 흘리며 위로를 얻었다는 고상한 고백과 꼭 같은 것이었다. 예술가의 삶의 서사가 예술로 승화되어 한 사람을 구원하는구나. 일상 가까이에 있는 예술의 가치와 힘을 알게 되는 시작이었다.

몇 달 전, 런던 여행에서도 그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런던 대부분의 미술관이 무료입장인 것과 달리 10파운드(약 2만 원)의 관람료를 내는 곳을 방문했을 때다. 관람전에 잠시 1층의 까페에 들렀는데, 꽤 넓은 공간이 70~80대로 보이는 영국 노인들로 꽉 차 있었다. 40대 후반인 내가 손님 중 막내였다. 생각지도 못한 풍경에 어리둥절해하며 한참 동안 두리번거렸다.

이 미술관은 물론이고, 여러 미술관에서 작품을 관람하는 노인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에는 휠체어를 타고 보호자가 읽어주는 작품설명을 들으며 관람하는 고령의 노인도 있었고, 불편한 신체 조건을 가진 장애인들도 여럿 있었다.

미술관은 장시간 서 있어야 하는 곳인데, 많은 불편함에도 무엇이 이들을 방문하게 했을까? 궁금했다. 궁금증에 대한 답은 얻지 못했지만, 그들이 느끼는 문화적 만족감과 자부심만큼은 인상 깊게 전달받았다.

눈에 띄게 늘어가는 노년층을 위한 경제적 준비만큼이나 문화 예술과 관련한 준비가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년을 상상해 볼 때, 나 역시도 생존을 넘어 존재로서 느끼는 만족감과 자부심은 꼭 필요하다. 부유한 노년을 보내면야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접하고 누릴 수 있는 예술의 기회가 많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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