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28 October 2025
ohmynews - 3 days ago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인생 이모작... 오늘도 카메라 들고 바다로 간다
나는 오랫동안 현장을 누비며 프로그램을 제작한 방송인이었다. 카메라와 마이크로 세상의 이야기를 담고, 문제를 드러내며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내 사명이었다.
그런 내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글을 쓰는 일은 방송제작보다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영상으로 생생히 전달되던 현장이 글 속에서는 자칫 말라버린 풍경으로 보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남다른 기사를 쓰려 애쓸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다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면 된다는 것을. 파도 소리를 담아내고, 해안 침식을 그림처럼 그려내며, 사라져 가는 해조류의 흔적을 어민들의 아픔과 겹쳐내면 글은 자연스레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그렇게 시작된 글쓰기는 곧 내 일상이자 소명이 되었다.
내 첫 기사는 환경부가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해안사구 로 지정한 안인사구를 정작 지켜내지 못하는 현실을 고발한 것이었다(관련기사: 강릉 하시동·안인해안사구 해안,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https://omn.kr/22l1b)
모래 위에 무너져가는 생태계와 관리 부실의 민낯을 담은 이 기사는 시작점 이자 각성의 기록 이었다. 글을 쓰는 일이 단순한 보고가 아니라 변화를 촉발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실감한 순간이었다.
그 후 내 손에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드론이 있었고, 모래밭을 두 발로 걸으며 영상을 담고 소리를 기록하는 카메라도 있었다. 바닷속으로는 고프로가 들어가 해조류의 넘실거림과 바다사막화의 아픔을 생생히 실어냈다. 이들은 나의 기사를 완성도 있게 만들어주는 도구이자 동반자였다.
그러나 그 동반자들과의 여정이 늘 순탄치만은 않았다.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하늘에 띄웠던 드론은 바닷속으로 잠수해 되돌아오지 않았고, 파도를 담던 카메라는 소금기에 절여져 셔터를 닫아야만 했다.
바다 현장은 이처럼 예측 불가능했지만, 그만큼 진실을 약속했다.
파도보다 더 멀리 파장 일으킨 오마이뉴스 기사
그 진실은 통했다. 모래밭을 걸으며 연안 침식 문제를 제기했던 기사들은 국정감사 자료로 활용되었고, 해조류가 사라진 바닷속을 담아낸 글은 전문가와 관계자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단서가 되었다.
처음에는 오마이뉴스에 채택만 되어도 다행이다 싶었던 기사가 시간이 흐르면서 거센 파도보다 더 멀리 파장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체 내용보기
⁞
